검찰총장이 민원실에 ‘내리신’ 특수활동비···전직 검찰 공무원의 고백

전 천안지청 민원실장 양심 고백
이원석 총장, 지난해 6월 민원실에 100만 원 특활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다른 직원들과 나눠 회식”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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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임의로, 수사와 관련 없이 쓴다는 첫 내부 제보가 확인됐다. 지난해 9월 퇴직한 검찰 공무원은 퇴직 3개월을 앞두고 이원석 검찰총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00만 원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공무원은 수사 업무와 관련 없는 민원실장으로 근무했고, 32년 동안 검찰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특활비를 직접 수령한 일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22일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영주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 민원실장(검찰 6급)의 제보 사실을 공개했다. 최 전 실장은 1991년부터 검찰 공무원으로 입직해 지난해 9월 퇴직했다.

그는 퇴직을 3개월 가량 앞둔 6월 20일 오후 천안지청 총무과 동료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제목은 ‘내일 우수직원 격려 행사 참석 안내’였는데, 자신이 우수직원으로 선정돼 총장으로부터 특활비 100만 원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 담겼다. 동료는 “검찰총장실에서 계장님께 내리신 특활비 100만 원을 내일 우수직원 격려 행사 때 청장님께서 전수하실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닌해 6월 20일 최영주 전 천안지청 민원실장이 받은 검찰 내부망 메시지.

최 전 실장은 메시지를 받고 처음엔 당황스럽고 놀라웠다고 밝혔다. 민원실장으로 수사 업무와 관련이 없기도 했고, 30여 년 근무하면서 특활비를 직접 받은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특활비, 제가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런데 처음에 당황스럽잖아요. 총장님이시니까, 특활비 100만 원을 내리신다고 그래서 굉장히 깜짝 놀랐어요”고 말했다.

몇 분 뒤 이번엔 천안지청 재무 담당 동료가 메시지를 보내와 특활비 현금수령증에 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최 전 실장이 받은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에는 수령일과 금액, 집행내용 등이 모두 기재된 상태였다. 수령일은 2023년 6월 21일, 금액은 100만 원, 집행내용은 ‘국정수행지원(대국민 민원서비스 향상을 위한 국정수행활동지원)’이다.

▲최 전 실장이 수령한 특수활동비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

최 전 실장은 고민 끝에 특활비 수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민원실이 소속된 천안지청 사건과 다른 부서 3곳과 100만 원을 나눴다. 민원실에선 30만 원을 갖고 1인당 5만 원 상당의 회식을 했다. 그는 “이런 돈은 빨리 쓰고 정리해 버려야지, 신경 쓰기도 쉽지 않다”며 “직원들과 가장 빨리 회식 맞출 수 있는 날로 정해서 한 사람당 5만 원짜리, 6명 데려가서 밥 먹었다. 서로 단합 대화하면서 식사 즐겁게 하라는 용도로 밖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단이 확인 결과 최 전 실장에게 특활비가 지급된 6월 21일에 하루 앞서 이원석 총장은 수도권 검찰청 민원실 담당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이 총장은 “민원인은 응급실 찾는 심정으로 검찰청을 찾는 것”이라며 “가족을 대하는 마음으로 민원인을 응대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총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57만 원을 ‘수도권청 민원처리 담당자 간담회’ 명목으로 썼는데, 특활비도 함께 집행을 한 것이다. 최 전 실장은 특활비 수령 사실이 의아해 총장 비서관과 통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로부터 천안지청 뿐 아니라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특활비를 지급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즉, 이 총장이 간담회 후,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특활비를 뿌렸다는 의미다.

지난해 공동취재단의 검증을 통해 특활비 오·남용 사례가 여러 차례 공개됐다. 대구·경북에서도 대구지검 경주지청이나 안동지청에서 수사와 관련 없는 부서에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고, 한 검찰청에선 ‘경조사에 쓴다’는 직원 증언도 확보된 바 있다. 여러 오·남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이 총장은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특수활동비를 단 한푼도 잘못 쓰이지 않도록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부 제보를 통해 이 총장 자신조차도 특활비를 ‘잘못’ 쓰고 있었던 사례가 드러난 셈이다. (관련기사=[검찰의 금고를 열다] ⑥ 대구·경북 검찰청도 비수사 부서에 주고, 경조사에도 나가(‘23.9.21))

공동취재단, “격려금조 특활비, 업무상 배임 해당”
특별검사 도입 및 검찰 특활비 폐지 촉구

공동취재단은 “검찰청 민원실에 격려금 조로 특활비를 뿌리는 것은 특활비 용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기밀수사도 하지 않는 부서에 단순한 격려금 조로 특활비를 뿌린 것은 명백한 오·남용이고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 동시에 특활비를 뿌렸다는 점과 천안지청 민원실에 지급된 액수가 1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3년 6월 20일경에 수천만 원 이상의 특활비가 오·남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검찰 특활비의 집행 실태에 대해 전면적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사례”라며 “누구보다 법을 잘 지켜야 할 검찰 집단에서 국민세금을 오·남용하고 자료 불법폐기와 같은 불법을 저질렀다면, 법치주의의 기초를 파괴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불법의혹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헌법이 보장한 ‘법 앞의 평등’은 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특별검사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각 정당에 특별검사 도입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과 검찰 특활비 폐지 및 검찰 예산 집행 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번 총선에 나온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특별검사 도입과 특활비 폐지에 관한 입장을 묻고 그들이 책임있게 행동하도록 촉구해주실 것을 국민들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원석 총장의 특활비 오·남용은 퇴직한 검찰 공무원의 용기있는 제보가 있어 세상에 드러난 것”이라며 “양심있는 전현직 검찰 공무원들의 제보가 있다면 검찰 특활비 등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현직 검찰 공무원의 제보를 부탁했다.

한편 검찰은 공동취재단의 기자회견 후 문제없는 집행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예산편성 목적에 맞게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고 관련 증빙자료도 모두 구비하고 있음에도 악의적으로 근거없는 허위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대검은 민원실이 검찰 수사활동 착수 초기 단계 업무를 하고 있다면서 특활비 집행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