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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조사무실에 대한 강제 철거가 예고된 16일, 해고자 5명이 공장 정문에 설치된 3m 높이 망루에 올랐다. 다른 해고자들은 망루 주위에 모여 쇠사슬로 몸을 감았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집행관사무소에서는 철거를 위해 현장에 왔지만, 실제로 집행하지는 못하고 1시간여 만에 상황은 종료됐다.
16일 오전 9시 한국옵티칼 앞에는 노조사무실에 대한 사측의 철거 요청과 법원 집행관의 집행 시도에 앞서, 철거 소식을 접한 여러 지역 노동조합, 시민, 정당,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단체 관계자 등 7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양경규 녹색정의당 국회의원(비례)도 15일 미리 현장에 도착해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와 함께 했다.
집회 시작 이후 오전 9시 20분께부터는 공장 입구 길 건너편에서 집행관과 한국옵티칼 청산인도 모습을 보였다. 집행관은 이날 실제 철거를 위한 인력을 대동하지는 않고, 노조사무실 자진 철수, 집행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하는 과정을 거쳤다. 망루 앞에 모인 이들은 집행을 막아서며 발언을 이어갔고, 오전 9시 50분께 정호길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집행관은 집행 종료를 통지했다.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집행관에게 “현재 노조사무실에 대한 가처분(철거공사 방해금지 등 가처분) 결정에 이의신청한 상태로,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집행할 명분이 없다“며 “지금 이러한 상황까지 온 것에 법원의 책임은 없나. 법을 좁게 해석하지 말고, 일본 기업의 먹튀 상황과 노동자의 권리 실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호길 집행관은 집행 종료 이후 “오늘은 자진 인도를 받기 위해 온 것인데, 집행하지 못했다“며 “향후 집행 일정은 채권자 의사에 달려 있으며, 채권자가 연기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배재구 한국옵티칼 청산인은 “우리는 예정대로 청산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회사 입장은 단호하다“며 “지금까지 법대로 해 왔고, 회사는 잘못한 것이 없다. 타협은 없다“고 말했다.
청산인 측이 협의 의사를 밝히지 않은 만큼, 조만간 노조사무실 철거 집행 시도는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해고 노동자가 생산하던 물량이 한국니토옵티칼에서 대체생산되고 있다. 같은 일을 계열사에서 하겠다는 요구는 온당하다“며 “기업의 책임과 윤리를 다하면 된다. 금속노조는 이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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