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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1년 6개월 만에 홍준표 대구시장 관사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13일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채정선)는 <뉴스민>이 제기한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대구시에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시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1월 4일 판결이 확정됐고, 2월 6일 뉴스민은 등기우편으로 관련 자료를 받았다. <뉴스민>은 대구시로부터 받은 자료 전문을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
대구시, 2022년 8월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결정
법원 확정 판결 후 한 달여 만에 등기로 공개
공개된 자료 보면 ‘사생활 침해’라던 비공개 이유 의문
대구시는 2022년 8월 <뉴스민>의 관사 리모델링 및 운영비 상세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비공개 결정 했다. 재판 과정에서 대구시는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가 공개되어 있다면서도, 구입한 비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공개하라는 건 법률상 공개의 범위를 벗어난 일종의 갑질행위고, 언론 자유를 빙자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생활을 훤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일종의 스토킹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왜 비공개했는지 의문이 든다. 공개된 정보는 관사 매입 관련 비용 약 9억 원(900,908,460원)과 리모델링비, 청소비, 비품구입비 약 9,000만 원(90,163,200원)으로 구분된다. 여기에는 아파트 청소비, 주방 리모델링 비용, 에어컨 설치비, 전기설비 수선공사, 리모델링 비용, 비품구입비 등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구시는 ‘관사 리모델링 공사’에 부가세 포함 3,900만 원을 썼다. 관사(숙소) 전기설비 수선공사에도 489만 4,200원을 썼다. 공개한 내용을 보면, 공사원가 계산서만 있고, 견적서는 따로 포함되지 않아서 어떤 부분에, 얼마나, 어떻게 리모델링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46평형대 아파트 리모델링, 기존 시설 철거와 타일과 벽지, 바닥, 수전용품 교체 등이라는 설명이 확인된다. 대구시는 주방 리모델링에 따로 비용을 더 들였다. 1,400만 원이 쓰였는데, 항목을 보면 씽크대, 인덕션, 주방조명, 수전, 빌트인 후드 등 주방을 싹 바꿨다.
▲대구시가 공개한 홍준표 대구시장 관사 비품대장
집기 구입에는 3,132만 3,000원을 썼다. 방 4칸과 거실에 2in1 에어컨 1개와 벽결이 에어컨 3개를 설치했다. 모두 삼성전자 제품이다. 설치비를 포함해 스탠드에어컨은 462만 원, 벽걸이 에어컨은 3개 319만 5,000원 쓰였다. TV도 2대 구입했다. 역시 삼성전자 UHD제품으로 거실에 298만 원 짜리, 작은방에 77만 원 짜리를 구입했다. 눈에 띄는 가전제품 하나 더 있는데, 230만 원짜리 김치냉장고다.
가장 많은 비용을 쓴 가구는 침대다. 에이스침대를 구입했고, 매트리스와 프레임 구입에 모두 1,118만 6,000원을 들였다. 침대는 하나가 아니라 안방과 작은방에 각 하나씩 두 개고, 모두 퀸사이즈다. 에이스침대 모델이 워낙 다양해 정확한 모델은 확인할 수 없지만, 침대 하나에 550만 원 정도 썼다.
쇼파는 리바트 제품으로 328만 2,000원에 샀고, 쇼파테이블은 한샘 모델로 18만 1,000원 짜리다. 식탁은 6인용 한샘 제품으로 195만 7,000원, 식탁의자 6개 70만 2,000원으로 합쳐서 265만 원 정도 썼다. 리바트 제품 스툴의자(화장대 의자) 1개 구입에 15만 7,000원도 썼다.
대구시는 법정에서 구입한 세부 품목 같은 것이 일일이 공개되면 개인의 취향, 선호 같은 것이 알려지고 개인의 내밀한 내용의 비밀이 알려지면 인격적, 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행정소송 제기가 언론자유를 빙자해 홍 시장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내용만 보면 과연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만한 내용이 있는지 의문이다. 판단은 독자와 시민의 몫이다. 관사에 이만큼의 세금을 써야 했느냐 비판적으로 볼 이도 있을 것이고, 대구시장이라면 저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할 이도 있을거다.
하나를 짚고 넘어간다면, 홍준표 시장은 전국 8개 특·광역시 단체장 중 유일하게 관사에서 살고 있다. 홍 시장은 대구시장 당선 직전 수성구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대구에 거주하는 집이 있었다. 왠만한 집기는 다 있었을테다. 그럼에도 김치냉장고를 사고, 침대도 두 개나 샀다. 빚을 갚겠다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는 대구시가 시장 관사에 이만큼의 세금을 들여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