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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4년 초등학교 새 학기부터 늘봄학교를 확대 시행키로 하자 학교 현장에선 감당해야 할 돌봄업무 총량의 증가 문제로 우려가 나온다. 교육당국은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하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기로 했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이 또한 여러 부차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규모 학교가 많은 경북의 경우 상시적으로 교원 TO가 부족하고 이로 인한 업무량 과다 문제가 있어 더 민감한 분위기다.
31일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새 학기부터 관내 초등학교 466개교 중 152개교에서 늘봄학교를 시행한다. 초등학교 1학년이 주요 대상이며,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2시간 동안 무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아침, 저녁 돌봄은 수요가 있는 경우 제공할 수 있다.
늘봄학교 시행을 위해 경북교육청은 1개교당 기간제 교사 1명씩 총 152명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2024년 한 해 한시적으로만 업무를 하게 되며, 2025년 늘봄교실 전담 인력이 채용되면 기간제 교사 업무도 종료된다. 기간제 교사는 직접 돌봄 제공을 하는 임무는 없으며, 정규 수업을 진행하면서 늘봄교실 관련 행정 업무를 전담해 수행하게 된다.
교사들에게 행정업무 등을 가중하지 않기 위해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려는 것이지만, 경북 지역 특성상 지원자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북교육청은 조만간 기간제 교사 채용 현황이 집계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에서는 평소에도 교사 TO가 부족해 업무가 교사들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호소한다. 교사 증원을 요구할 때는 반영되지 않았는데 정부 정책을 빠르게 시행하기 위해 늘봄학교 업무를 전담하는 기간제 교사를 서둘러 채용하는 모습에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북의 한 초등교사는 “소규모 학교에는 수업할 교사마저 부족한 실정이다. 기간제 교사를 충분히 채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늘봄학교를 떼고 봐도, 교육부는 교사 TO를 늘이는 데에 부정적이다. 그래서 특히 소규모 학교는 교사 1인당 담당 직무가 이미 많은 상황”이라며 “교사에게 돌봄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는 방침이더라도 현실적으로 구분이 어렵다. 돌봄교실도 마찬가지로 교사가 업무를 맡는 사례가 있는데 이제는 늘봄교실까지 들어온다는 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겠지만, 총선 앞두고 부실하게 추진되면서 오히려 부작용만 남길 수도 있다”며 “부모가 늦은 시간까지 즉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지역에서 지원하는 모델이 있다. 경북은 농번기 돌봄 수요 등 다양한 사례와 수요를 검토할 필요가 있어, 지금처럼 일률적인 방식보다는 시간을 들여 더 나은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경북교육청은 기간제 교사가 늘봄교실뿐 아니라 수업 등 다른 업무도 분담할 수 있어, 기존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가 부족한 일부 지역은 기간제 교사 채용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때에는 단기행정인력을 배치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한다.
김성중 경북교육청 교육복지담당 장학관은 “늘봄전담 기간제 교사는 관련 행정업무를 맡게 된다. 교사들에게 업무를 넘기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기간제 교사가 수업도 할 수 있어 업무가 오히려 경감될 것”이라며 “기간제 교사는 기존 교사 TO에 포함되지 않고 정원 외 채용이다. 기간제 채용이 어려울 경우 전문행정인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 조만간 채용 현황은 파악되겠지만 늘봄교실 확대 시행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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