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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여러 번 한 말이다. 대구시장이 되어서도 지난해 9월 간부회의에서 “복잡한 문제일수록 빠르고 단호하게 대처하라”면서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안심하고”라고 했고, 다음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열린 간부회의에서도 “국감에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면서 1분 만에 회의를 종료한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구MBC의 취재방해금지 가처분에 대응하는 홍 시장의 입장은 ‘책임’과는 거리가 있다. 대구시는 가처분 심리 과정에서 대구MBC에 취한 ‘취재방해’ 조치가 홍 시장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대구시와 홍 시장은 법정에서 대구시가 명시적으로 소속 공무원 및 산하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에까지 대구MBC에 대한 취재거부를 지시한 내부 메일이 쟁점이 되자, 메일 작성이 홍 시장과 관련 없는 공보관실의 ‘자율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5월, 대구시 “대구MBC, 일체 취재 거부 공지” 메일
법정에서 쟁점된 후 대구시 돌연, ‘공보관 입장’이라며 철회
법원에도 홍준표 시장과 관련 없는 메일이라고 주장
지난해 5월 1일 대구시는 각 부서로 “대구MBC에 대한 전화 취재, 방문 취재, 인터뷰 요청 등 일체의 취재를 거부해주시기 바란다”며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사업소,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에게 전파 바란다. 각 기관 주무부서에선 전 직원에게 전달”하라고 공지 메일을 하달했다. 메일은 “담당자가 아니면 담당자에게 전달 부탁한다”는 단서까지 붙여서 공지가 허투루 전달되는 일이 없도록도 방지했다.
대구MBC는 심리 과정에서 해당 공지 이후 대구시로부터 받은 취재방해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구시청 방문 당시 청사 출입 방해부터, 재난 사안에 대한 대구소방본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의 방해 뿐 아니라 달성공원에서조차 출입 방해를 당했다.
대구MBC를 대리한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지난 9일 법정에서 “홍 시장이 취재거부를 하겠다고 방침을 세우자마자 내부에 이런 공지가 있었다”며 “홍 시장 개인의 취재거부가 아니라 방침을 통해 대구시와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등 모든 직원에게 방침을 지키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후 실제로 ‘대구MBC는 안 된다’며 방해하는 사례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는 해당 부서의 사정 때문에 (취재거부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구시 산하 기관이 이 지침을 받고 그에 따라 취재거부를 하고 있다”며 해당 메일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재판부도 대구시 측에 해당 메일의 작성 경위를 물었는데 대구시 측 변호사(남윤중, 법무법인 제네시스)는 “구체적 작성 경위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추후 경위를 확인해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대구시는 돌연 1월 19일 내부 메일을 통해 대구MBC에 대한 취재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라고 했고, ‘5월 1일 메일’은 ‘공보관의 입장’이라는 부연 설명까지 덧붙였다. ‘공보관의 입장’이라는 부연 설명은 법원에서 대구시가 한 주장에서 의미가 명확해진다. 대구시는 법정에서 ‘5월 1일 메일’은 공보관실이 작성해 배포한 것일 뿐 홍 시장과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대구시, 대구MBC 취재방해 멈추나? ‘취재대응, 자율 판단’ 메일 돌려(‘24.1.23))
강 변호사에 따르면 대구시는 홍 시장이 해당 메일의 존재나 내용 자체도 알지 못한다면서, 홍 시장이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고 결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시가 이같은 주장을 한데는 해당 메일이 홍 시장의 지시 아래 이뤄졌고, 그 부당성이 입증될 경우 홍 시장이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켜 타인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 돼 형사상 직권남용 혐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법원 결정문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확인되는데, 재판부는 “대구시는 홍 시장의 지시나 명령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입장문에 시장 직인이 날인되어 있고 홍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한 발언 내용,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등에 비추어 보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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