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특성화고, 실적 올리기 아닌 성인기 요구 고려해야”

[인터뷰] 고3 장애인 자녀를 둔 조현주 씨

13:07

대구교육청은 201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북구 복현동에 장애학생 특성화고등학교(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학교시설사업 시행계획 고시가 이루어지면서 대구교육청은 본격적인 토지수용절차에 나섰다.

일부 주민들이 “주민들과 상의 없이 진행했다”며 이에 반발하고 있지만, 대구교육청은 연말까지 주민을 설득하겠다고 나섰다. 대상 토지 소유자는 국토교통부를 제외하고 나면 20명 정도다. 게다가 토지 대부분이 밭과 임야지라 건립 자체가 무산될 확률은 낮다.

대구교육청은 기존 고등학교 특수학급 수가 적은 데다 학급증설이 곤란해 장애학생 특성화고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특수교육의 질적 만족을 향상시키고, 졸업과 취업을 연계해 사회적 비용을 경감하는 이유도 있다고 밝혔다.

▲장애성인 평생교육 지원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사진=비마이너]
▲장애성인 평생교육 지원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사진=비마이너]

장애인, 그리고 장애아동을 둔 부모는 특성화고 설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일거라 여기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뉴스민>은 올해 고3인 장애인 딸을 둔 부모 조현주(54) 씨를 만나 특성화고 설립과 대구 장애인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 씨는 “특성화고도 좋지만, 장애인 취업을 얼마만큼 했다고 실적 올리기에만 좋은 것 같다”며 “학령기와 성인기를 이을 수 있는 교육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성화고가 생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몇 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죠. 취업을 위주로 교육하는 학교는 필요하지만, 저하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특성화고는 일부 학생들밖에 못 가거든요. 취업훈련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지 갈 수 있잖아요. 제 딸은 중증이라서 특성화고랑 크게 관계가 없죠. 그래도 특성화고를 설립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현재 있는 특수학교에도 직업훈련반이 따로 개설된 것으로 아는데, 만족도는 어떤가요?
2014년에 공립 특수학교인 세명학교가 문을 열었어요. 취업을 우선으로 하는 전공과도 개설됐죠. 가능하면 본인이 돈을 벌어 생활하기를 부모는 바라죠. 그런데 정원이 많이 들어 가봐야 22명이에요. 경쟁이 정말 치열하거든요. 경쟁률이 13대 1이었어요. 저희는 꿈도 못 꾸었어요.

교육청이 특성화고 설립 목적으로 과밀학급 해소를 제시했어요. 특수학급을 신설하기도 어렵다는 거죠. 그런데 정작 특수교사 충원율은 법정 기준치에 미달하죠.
취업을 시키고 싶은 엄마들 요구가 많으니까 특성화고는 거기에 부합하죠. 그런데 선발 과정, 운영 과정에 대한 계획도 중요해요. 지금도 취업훈련 받고, 취업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많거든요. 교육청에서는 특성화고를 지어서 장애학생을 이만큼 취업시켰다는 실적을 올릴 수 있겠죠. 장애학생 특성화고 설립이 전국에서 대구가 최초라는 것도 그런 측면이겠죠. 그러면 학교는 실적을 내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취업이 용이한 경증장애인 위주로 뽑게 되겠죠.

특성화고 설립도 필요하지만, 다른 제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그럼 지금 가장 필요한 제도는 어떤 게 있을까요?
딸은 중증이라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일반학교에 입학했어요. 장애인끼리만 있는 것보다 비장애인 학생과 섞여서 통합교육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딸도 일반학교를 좋아하고요. 학교 가서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에 만족했어요. 중학교 때는 조금 특이한 행동을 하니 아이들이 경찰에 신고한다고 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가니까 아이들이 성장해서인지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성장했었어요. 그런데 집과 가까운 학교는 과밀학급이라 불가능하다고 교육청에서 다른 곳을 추천했어요.

사실 지금부터가 문제에요. 올해 고등학교를 마치면 졸업하잖아요. 공교육만큼 좋은 게 없는데, 공교육을 끝내고 나면 갈 곳이 없어요. 센터든 뭐든 지으면 항상 몇 명만 들어가잖아요. 고등학교 이후에도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생기면 좋겠어요. 가서 공부도 하고, 직업훈련도 하고. 이게 너무 큰 희망일까요? 그 시간만큼은 믿을 수 있고, 아이도 편한 그런 모델이 있으면 좋겠어요. 평생교육원처럼 원하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

그럼 졸업한 이후에는 가정에서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건가요?
지금까지는 잘 지냈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시작이에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전공과로 다시 들어가죠. 그런데 20대가 지나고도 취업하지 못하면 막막해져요. 전공과를 마치고 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거든요. 당연히 취업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죠. 딸은 중증이라 대학은 가기 어려울 것 같고, 또 여자라서 주간보호센터에 가기도 꺼려져요. 그리고 30대가 되면 어디를 갈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그래서 보면 20~30대가 되어서도 언어치료를 받으러 다녀요. 부모도 치료를 목적으로 가는 게 아니죠. 갈 곳이 없으니 치료실에라도 가서 시간을 보내는 거죠.

교육청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대구가 처음하는 사업이 정말 많아요. 발달장애인지원센터도 그렇고, 이번에 추진 중인 특성화고 설립도 그렇고요. 그런데 특성화고 설립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다른 요구들은 추진이 어렵다고 하겠죠. 특성화고보다 시급한 게 더 많이 남아 있는데 말이죠. 학령기도 중요하지만, 성인기와 연계해서 생각하면 좋겠어요. 취업이 되지 않는 장애인들은 성인기에 사회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무것도 없어요. 그게 참 절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