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드 반대 88세 소성리 주민 소환 조사···“반인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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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 도금연(88) 씨는 지팡이를 짚고 성주경찰서에 출석했다. 한 단체로부터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사드 반대 주민이 조사받고 형사처벌 된 사례는 다수 있지만, 이번 조사는 거동이 힘든 주민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된 첫 사례라 반발이 나온다. 주민과 종교단체 등은 도 씨 조사 당일 성주경찰서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30일 오후 1시 30분, 성주경찰서 앞에서 사드철회 소성리종합상황실은 기자회견을 열고 도금연 할머니 소환조사가 빈인륜적이라며 경찰을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상황실 외에도 ‘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등 종교 단체도 함께 했다.

▲변호인과 함께 경찰 조사에 출석하는 도금연 할머니(오른쪽)

소성리종합상황실과 경찰에 따르면 도 씨는 23년 5월부터 7월까지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연 사드 반대 집회에 참석해 도로를 막아선 것이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고발됐다.

소성리종합상황실은 도로상에서 집회를 했더라도 실질적으로 교통방해 효과는 없다고 주장한다. 집회는 차량 통행이 없는 오전 6시 30분에 시작하며, 전 차로를 막지도 않고 갓길은 비워둔다는 것이다. 또 도 씨 등 연로한 주민은 경찰 해산 시도 전에 자진해서 도로를 벗어나기 때문에, 경찰이 소환 조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고발 사건이라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성리종합상황실은 소환 조사로 주민이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조사받는 주민 가족도 부담을 지기 때문에, 소환 조사가 아닌 다른 방식의 조사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30일 성주경찰서 앞에서 도금연 할머니 출석에 앞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소성리종합상황실은 “2021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군교대병력과 유류차량 육상운송이 시작돼 항의 집회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미 30여 명을 소환조사했고 그중 상당수가 재판받고 있다“며 “아침 집회에서 어르신들은 교통방해를 하지 않으며, 자진해서 집회를 종료한다. 누구보다 성주경찰이 이를 잘 아는데도 연로한 노인을 피의자로 경찰서에 앉혀놓고 조사하는 것은 주민을 겁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오후 2시부터 도 씨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는 3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