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유권자’, 2024 총선 캐스팅보트로 떠오를까

기후정치바람, 전국 1만 7,000명 대상 기후위기 인식조사
기후인지·기후민감·기후행동 분석···조사 대상 중 33.5% 기후유권자로 분류
대구 중구·남구, 경북 영천·경산·청도·고령·성주·칠곡, 기후선거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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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탄소중립’, ‘탄소발자국’, ‘기후정의’, ‘ESG’, ‘파리협정 1.5C 목표’, ‘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 같은 기후위기 관련 용어나 표현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면 잠을 자기가 어렵나요?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하면 슬픈가요? 혹시 기후변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나요?”

기후위기 용어나 표현을 많이 알고, 기후변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는 당신이라면, ‘기후유권자’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7개 시·도 국민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위기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후위기 용어를 많이 알거나,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이 기후공약을 중심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걸로 분석됐다. 기후정치바람은 이들을 ‘기후유권자’로 정의하고, 이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정치바람, 기후유권자·기후선거구 분석
전국 1만 7,000명 대상으로 인식조사···33.5% 기후유권자로 분류
대구 중구·남구, 경북 영천·경산·청도·고령·성주·칠곡, 기후선거구로

▲왼쪽부터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이관후 건국대 교수가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 발제를 진행했다.

22일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은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2024 기후총선 집담회’를 열고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 사이 전문가 워크숍을 통해 172개 질문을 추려내고, 12월 1일부터 27일까지 27일 동안 조사기관 메타보이스(주)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주관해 18세 이상 시민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질문은 기후위기 관련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민감도 분석까지 진행됐다. 기후정치바람은 “각 질문은 현재의 기후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데에만 목적을 두지 않았다”며 “같은 사안을 두고 성별·계층별·연령별·지역별·가치성향별 등에서 어떤 격차와 특성을 보이는지 동시에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분석을 통해 기후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성이 높으며, 기후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하겠다는 ‘기후유권자’와 기후유권자의 선택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기후선거구’를 구별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기후유권자는 33.5%로 분석됐는데, 지역별로는 전남이 38.1%로 가장 많고, 서울(36.3%), 대전(34.3%), 광주(34.1%), 경남(33.8%), 세종(33.6%), 전북(33.5%)이 전국 평균 이상으로 기후유권자가 많다. 대구와 경북은 각 29.9%, 30.7%로 충북(29.4%), 울산(29.6%) 다음으로 낮은 비중이 확인됐다.

기후선거구는 전국 17개 시·도를 인구 규모, 지리적 인접성, 국회의원 선거구 등을 고려해 67개 권역으로 구분해 시·도별로 최소 1개 권역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구와 경북에서 기후선거구로 꼽힌 권역은 대구 중구·남구 권역, 경북 영천·경산·청도·고령·성주·칠곡 권역이다.

1개 선거구로 묶여 있는 대구 중·남구는 대구 다른 권역과 비교해 교통부문 기후대응정책을 선호하고, 탄소중립 정책의 산업적 효과에 기대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홍준표 시장이 추진하는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대한 찬반 물음에 대구 다른 3개 권역보다 반대 의견(50.1%)이 더 많고,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내연기관차 신규판매 중단에 찬성하는 의견(70.9%)도 가장 많다. 탄소중립 정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장·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응답자(32.1%)가 긍정했다.

경북 기후선거구로 뽑힌 영천·경산·청도·고령·성주·칠곡 권역은 경산 / 영천·청도 / 고령·성주·칠곡 등 3개 선거구로 나뉜다. 이곳은 경북 다른 권역에 비해 저탄소농업 필요성에 공감하는 응답자가 많고, 탄소중립 정책의 산업적 효과에 기대가 크며, 온실가스 감축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생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꼽아달라는 물음에 저탄소 농업 전환 정책을 꼽은 응답자가 경북 4개 권역 중 가장 많고(55.1%), 탄소중립 정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장·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28.8%로 가장 많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하향하는데 찬성하느냐는 물음에는 55.9%만 긍정해서, 4개 권역 중 가장 비중이 적다.

17개 시·도별 기후 인식의 특징과 기후선거구 분석을 진행한 이관후 건국대 교수는 “경제, 사회, 산업, 일자리, 삶의 질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정치적 의제화’”라며 “상대적으로 기후 문제에 관심 있는 기후유권자와 기후선거구가 미세한 부분에서 선거 결과 전체를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유권자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기후 정치는 이제 출발한다. 그래서 기후문제를 중요한 정치 의제로 만들기 위해 먼저 어떤 분들한테 말을 걸어야 되는지, 어떤 분들과 공감을 하고, 같이 ‘이것을 중요한 문제로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드려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2023년 12월 시점으로 기후 문제에 대해 좀 더 인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치 행동으로 연결할 의지를 가진 분을 뽑아보자는 고민에 바탕했다”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인식조사의 의미를 “올해 전 세계에 정치 일정이 있고, 대한민국은 총선과 11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4차 탄소배출권 거래제 기본 계획, 17개 광역지자체가 탄소중립 녹색 성장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당선된 22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한국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에서 상당한 골든타임 시기에 의정활동을 하게 된다. 이번 작업을 통해 총선을 시작으로 2027년 대선까지 이어서 한국 사회에 기후 이슈가 여러 각도에서 확신이 되고 정치적 의제로 자리 잡힐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