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퀴어문화축제 방해 관련 손해 배상 책임을 따지는 소송 당일에 홍준표 시장 측 변호인(법무법인 제네시스)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다시 연기됐다. 재판장에는 원고인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와 대구시 공무원만 출석해서 특별한 변론 없이 심리가 종료됐다.
19일 오후 3시 대구지방법원 제21민사단독(재판장 전명환)은 조직위가 홍 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두 번째 기일을 열었다.
조직위 측은 미리 법정에 출석한 상태였으나, 3시 정각 법정에 도착한 대구시 공무원이 변호인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재판부에 참석 불가를 통지했다. 결국 재판 당일 대구시·홍 시장 측 변호인의 불출석으로 인해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다.
조직위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다음 퀴어 축제도 예정돼 있어, 사전에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신속하게 진행했으면 하지만 재판부 변경 가능성도 있다. 석명을 보내겠다“고 설명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석명준비명령이란 당사자에게 증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다음 변론기일 전에 이를 준비하도록 명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2월 법관 정기 인사를 고려해 다음 기일을 오는 3월로 잡았다.
재판에 출석한 대구시 한 관계자는 재판 종료 후 <뉴스민> 에 “전화를 해도 (변호사가)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직위 측은 대구시가 의도적으로 재판 지연을 유도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미 무변론, 서면 미수령 등 재판에 성실하지 않게 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월 법관 정기 인사를 고려하면 재판 지연은 불가피하다.
이 같은 모습은 재판 직전 대구시가 서면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도 확인된다. 조직위에 따르면, 대구시는 16일 서면을 통해 원고의 당사자 능력이 없어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등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특별한 법률적 주장은 하지 않았다.
특히 대구시는 조직위 측 관계자들이 대구시 고발로 인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 수사에서 상당수가 기소될 것이기에 수사 결과를 보기 위해 변론 기일을 추정(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직위 측은 대구시 입장에 대한 반박 서면을 제출하는 등 소송을 준비했음에도 대구시의 불성실한 태도 탓에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며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지난 재판에서 재판장도 대구시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런데 오늘은 변호사가 재판장에도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조직위가 낸 준비서면조차 송달받지 않았다“며 “법을 잘 안다는 사람이 법을 악용하고 있다. 다음 기일에는 참석해서 당당하게 법정에서 법률적 쟁점에 대해 주장하라“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서 대구시는 지난해 7월 피소 이후 3달 가까이 아무런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재판부는 무변론 판결로 종결하려 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무변론 판결선고기일 통지서를 받고서야 준비서면을 제출했고, 뒤늦게 지난 12월 최초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 기일에서도 대구시는 특별한 쟁점을 주장하지 않았고, 원고의 당사자 적격 문제를 주로 지적했다. (관련 기사=홍준표, 퀴어축제 방해 손배소···재판부, “피고는 사건 진행 늦는게 좋나?”(23.12.8.)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