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금오공대 통합 논란이 남긴 과제, ‘지역 소멸’

경북대서 '지역대학 위기 해법 모색' 포럼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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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금오공대 통합 논란은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사회적 논의에는 오히려 불이 붙은 모양새다. 당장 지역 두 단체장 입장이 갈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1일 통합에 적극 찬성하며, 지방 발전을 위해 대학 통합이 필요하다며 홍준표 대구시장과는 상반되는 의견을 밝혔다. (관련 기사=이철우 경북도지사, “금오공대-경북대 통합 찬성, 지방대학 살려야”(‘23.12.21.)) 경북대에서는 학생들이 통합 논란을 계기로 지역 대학의 위기와 해법을 모색하는 포럼을 열었다.

20일 오후 4시 30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열린 포럼은 경북대학교 학생들의 대안 담론 모임인 ‘경북대 인권모임’이 주최했다. 포럼에는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이민지 국가교육위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20일 오후 4시 30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지역대학위기 해법모색 포럼’이 열렸다. (사진 제공=경북대 인권모임)

임 연구원은 지금까지 한국의 국립대 통합 정책은 국립대를 축소하고 낙후시키는 경향을 보였으며, 경북대-금오공대 통합 또한 과거 잘못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특히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오히려 지방대 지원을 강화해 지역 활성화를 이뤄야 하는데, 현 정부의 글로컬대학30 정책은 장기적으로 국가 책임과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이라 지역 활성화에 어긋나는 정책이라고도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과거 국립대 정책은 특성화된 소규모 국립대를 종합대학 형태의 국립대가 흡수하면서 특성화에 역행했다”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북대-상주대,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등 통합으로 캠퍼스별 특성화를 내세웠으나, 지금에 와서는 상주캠퍼스를 포함해 대부분 특성화는커녕 낙후한 교육여건으로 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글로컬사업에 대해 “국립대 통합을 촉발한 사업으로, 국립대 운영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려는 현 정부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국립대 운영 책임이 지자체로 이양되면 재정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끝으로 임 연구원은 “지방대 육성을 포함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며 “지역 인재 양성과 인재의 지역사회 진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사회구조 형성을 위해 지방대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민지 위원은 ‘학내 민주주의 쟁취와 연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이 위원은 “글로컬 사업에서 교육부는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는데, 그 핵심은 통폐합과 인원 감축에 있다”며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바라보며 급격하게 구조조정하면 결국 학내 구성원과 소통 부족, 근시안적 개혁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은 “구조조정 반복은 학생 공동체도 파괴하게 되며, 결국 학생 집단의 힘을 약화시켜 다른 학교 현안에 대한 학생 영향력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경북대 학생들이 본부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통합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경북대·금오공대 통합 중단 선회···학생 500여 명 궐기대회(‘23.12.11.))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