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의회 의장 다툼 과열 양상

이강열 의원, 구정 질문 마무리 발언서 “감정 대응 하지 말자”

17:36

“의원님들 누구나 어떤 자리든 출마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당선되지 않는 만큼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출마하더라도 동료 의원을 힘들게는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본인과 다른 선택이 있더라도 절대로 감정적 대응은 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강열 대구 북구의원(무소속)은 16일 222회 북구의회 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구정 질문을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구정 질문은 의회가 행정부를 상대로 정책 질의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구정 질문을 마치면서 북구청과는 상관없는 의장단 선거에 대한 개인 소견을 밝혔다. 자유 발언에나 어울릴법한 내용이라, 회의를 지켜보던 사람 중 여럿이 고개를 갸웃했다.

북구의회 후반기 의장 자리를 두고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불거질 내홍을 차단하려고 했지만, 북구만큼은 당도 어찌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병문 북구의회 의장이 222회 정례회 개회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북구의회)
▲하병문 북구의회 의장이 222회 정례회 개회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북구의회)

북구의회는 전체 의원 20명 중 14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이들 14명이 마음을 모으면 새누리당이 의장단을 독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복수 의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장에 뜻을 두고 있는 사람이 여럿인 것으로 확인된다.

더구나 북구는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자리를 두고도 갈등이 깊은 곳이다. 북구갑 지역은 일찌감치 현역 국회의원으로 당협위원장이 정리됐지만, 현역 의원이 없는 북구을은 그렇지가 못하다.

북구을 당협위원장은 서상기 전 국회의원과 지난 선거에서 낙마한 양명모 전 대구시약사회장, 주성영 전 국회의원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당협위원장 자리가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북구의회 의장 선거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2년 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공천권을 행사할 당협위원장이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의장단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각 후보 진영에서 총력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A 의원은 “누가 누구한테 밥 사주고 술 사준다는 서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루머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열된 선거 분위기를 전했다.

B 의원 역시 “다음 지방선거까지 맞물려 있다 보니, 서로 죽이고 죽여야 하는 싸움인 거다. 상대를 안 죽이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 같다”고 말을 보탰다.

C 의원은 “금권 선거가 되면 안 되고, 동료 의원 약점 잡아서 음해하고 말 만드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의원은 이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강열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 대해 “어느 의회고 상관없이 의장단 선거 시기가 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무소속이고, 나이도 많은 사람이 나서서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당부하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