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rt 1.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하틀랜드(Heartland)’, 대구경북
조귀동 작가가 윤석열 정부를 두고 표현한 “정치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도 윤석열 정부의 상당수는 MB 정부의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사람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크게 중용받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언론에서 추측하기로는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박근혜 대통령 구속수사의 주범’이라는 추측 또는 ‘친이와 친박계 간의 구원(舊怨)’을 예시로 들고 있다.
사실 MB 정부의 사람들 또한 영포라인으로 대표되는 대구경북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정치적 파괴력은 친박에 비해서 상당히 약한 것이 사실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친이가 가지는 정체성이 ‘강부자’로 대표되는 상경한 대구경북 사람이라면, 친박이 가지는 정체성은 그들과 달리 지역 밀착형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19대 총선 이후 대구경북의 친이계 정치인 다수는 공천 과정에서 친박에게 쓸려 MB의 레임덕과 함께 자연스럽게 소멸당했다.
대구경북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80%가 넘는 지지를 보내줬으며, 대구경북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8할은 당연히 친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친박이라는 브랜드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확실한 지역기반과 산업화의 아이돌이라는 상징을 부여했다. 나아가 20대 총선에서 보여준 진박 마케팅 또한 대구경북에서 정치를 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진박 마케팅이 전국적인 비난을 받고, 해당 선거를 말아먹는 가장 큰 주범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대구경북에서는 진박 라벨을 달고 공천 받은 사람들이 모두 당선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무색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극적인 형태로 한 순간에 몰락해버렸다. 보수정당의 “권력의 아노미”는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특별한 리더가 없는 당의 공천은 자연스럽게 “권력의 분점”을 야기했다. 21대 총선의 대구경북 공천은 “권력의 아노미”와 이로 인한 “권력의 분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친유승민계도, 폐족이 된 친박도, 그리고 (운이 좋아) 특별한 정치적 경력이 없는 이들마저도… 그리고 그 혼란을 틈타, 별도로 공천을 받지 않은 홍준표마저 당선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의 등장은 이러한 불안한 권력 분점 상태의 균형을 깨는 사건이 되어버린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친유계로 불리는 인물들은 유승민을 지지했고, 유승민도 싫고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이 싫은 이들은 홍준표를 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경북의 대다수 정치인의 선택은 윤석열 후보로 수렴되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화되었다.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간명하다. 살아남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당에 대한 강한 장악력을 확보하여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가져가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모두가 알다시피 난맥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확실한 지지기반의 부재는 그에게 있어서 더욱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가진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TK 정통성’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로 우리나라의 보수정당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는 대구경북에서의 확실한 지역기반을 레버리지로 본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해왔으며, 이를를 취하지 않은 이들은 여지없이 정치적 실패를 맛본 과거가 있다.(김영삼-반 YS정서로 인한 총선 심판, 이회창-대선 2회 낙선)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스타트업 정권’의 특성 상 ‘TK 정통성’을 아웃소싱 하는 전략을 취해왔으며, 그 아웃소싱의 방법은 일종의 엽관제로 나타나게 되었다. 즉, 지역 유력 영주들에게 엽관을 통해 본인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전략을 세웠는데, 대표적으로 민주평통 부의장에 김관용, 지방시대 위원장에 우동기, 자유총연맹 회장에 강석호, 새마을운동중앙회장에 곽대훈 등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이들 모두 중앙 정치권 그룹과 가까운 이들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아쉬운 지점이 있다. 김관용은 지방 대형 호족에 가까운 인물이고, 우동기 또한 대학 총장 출신이라 정치인이라 보기는 힘들며, 강석호는 김무성의 측근그룹, 곽대훈 또한 달서구 지방호족(인데 그의 본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15%도 못받는 굴욕적인 성적을 거뒀다)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 정계와 가까운 인물은 아무도 없다. 즉, ‘TK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엽관은 대구경북에 대한 보은성 인사일 뿐, 그동안 친박이 가지던 상징성인 ‘강력한 지역기반을 레버리지로 중앙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의 정권 재창출, 그리고 본인의 퇴임 후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구경북을 사수해야만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즉, 대구경북은 보수의 지정학적 ‘하틀랜드(Heartland)’와 같다 하겠으며, 수도권 지역은 일종의 주변부라 할 수 있는 ‘림랜드(Rimland)’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고 하겠다. 그리고 현재 국민의힘의 핵심 직책인 원내대표(윤재옥, 달서을, 3선)와 사무총장(이만희, 영천청도, 재선)이 대구경북 출신인 것은 다소 의미심장한 지점이다.
part 2. 상권분석
개인적으로 자영업(특히 요식업)에 관심이 많다보니 요식 자영업 관련된 콘텐츠를 유심히 보는 편이다. 사실 그런 콘텐츠들의 포맷은 대동소이하다. 문제가 많은 업장의 사연을 받은 후, 전문가가 컨설팅을 내리고, 업장은 그 컨설팅을 통해 더 나은 매장(더러는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을 만드는 방식. 당장 업장 입장에서는 컨설팅을 통해 업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받는 동시에, 콘텐츠 노출을 통해 어마어마한 광고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는 와중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일종의 ‘빌런’이 등장하면,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바이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물론 ‘빌런’의 ‘상식을 벗어난 일탈적 행동’은 콘텐츠의 흥미를 위해 통해 다소 과장되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자는 빌런의 행동들을 보면서 ‘나라면 저렇게 안할텐데’라는 일종의 상대적 우월감을 소비한다. 그리고 이는 콘텐츠 소비자의 높은 관심과 반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물론 대중의 더 큰 자극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극의 역치가 더욱 강해지다 보니 콘텐츠 자체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
밤중에 생각 없이 티비를 틀었다가 우연히 동네멋집이라는 방송을 봤다. 방송에 나온 집은 무려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에서 샐러드집을 운영하시는 어떤 은퇴자의 이야기였다. 컨설팅 전문가로 나온 이의 컨설팅 해법은 다음과 같았다. ‘이 지역 상권은 샐러드를 팔 상권이 아니다. 업종을 전환해라’. 즉, 철원의 인구구성을 감안했을 때, 2030 여성이 주 고객층인 샐러드는 상권과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십분 타당해보이는 컨설팅 전문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샐러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을 보이며 방송이 종료되었다. 그 방송 이후 샐러드집에 대한 바이럴은 급상승하기 시작했으며, 방송에 대한 관심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물론 결말은 훈훈하게 끝났다)
결국 이러한 방송들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어그로를 끌어라. 둘째, 빌런을 설정해라. 셋째, 여러 가지 분석을 통해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하라. 그리고 이준석이라는 캐릭터는 이러한 콘텐츠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용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본인에게 주어진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우리나라 정치인 중 가장 큰 노이즈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이준석의 대구 출마. 많은 이들이 그의 출마를 매우 뜬금없는 결정이라 비난하지만, 그가 대구에 출마하는 것 자체만으로도(그리고 대구에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정치를 뒤흔들고 있는 상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에 수반되는 질문이 한 가지 더 있다. ‘그래서 대구 어디에?’ 이 글은 이준석이 어디에 나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주아주 기초적인 프리뷰를 제시한다.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의 노림수, 그리고 그 노림수에 걸맞는 지역구를 근거에 맞게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 어그로가 끌리는 곳.
국민의힘 당대표를 맡은 전후로 이준석은 연일 언론의 노이즈를 일으키고 있다. 그게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간에 말이다. 그는 언론의 관심을 자기로 돌리는 데에 유능한 정치인이며, 모든 이슈의 중심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싶어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실제로 본인이 뉴스에 난 것을 본 후, 곧바로 그의 지지층이 다수 존재하는 펨코를 확인하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때문에 그의 출마 자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존재해야하며, 상계동은 그에게 있어 한 번 더 출마할 경우 마사중이라는 비웃음만 살 뿐, 더 이상의 어그로를 끄는 지역구라고는 할 수 없다.
둘째, 윤핵관 또는 그에 필적하는 인물이 상대일 것.
“대구서 겨룬다면 가장 나쁜 분 골라서 붙겠다” 그가 대구에서 언급한 말이다. 어찌 보면 첫 번째 조건과도 유사하지만, 출마 자체가 어그로가 끌리는 것을 넘어서 본인 스스로가 자객공천을 불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라 하겠다. 이준석이 상정하는 가장 나쁜 분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쁜 분의 정의는 여러 대상이 있을 수 있겠다. 나쁜 분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 시점에서 이준석의 정치적 포지션을 고려했을 때,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윤핵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초재선 투성이인 대구에는 윤핵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초재선 의원들과 상대한다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의 몸값을 높여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윤핵관에 필적하는 인물을 상대로 고를 가능성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 혹 민주당 인사를 노리고 한 말일 수도 있으나, 대구 민주당에서 그만한 중량감을 가진 인물은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본인의 지지층이 확실히 존재하는 곳.
이 점이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일 수 있다. 우선 이에 앞서 그의 원래 지역구였던 상계동의 정치지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상계동 마삼중 생활을 거치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상계동이 본인에게 험지 정도가 아니라 사지(死地)’라는 사실일 것이다. 실제로 노원구의 지난 대선 득표율을 살펴보자면, 노원구 갑에서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를 상회했을 뿐, 노원구 병은 0.55% 차로 이재명 후보의 지지가 더욱 높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거 통계 상 (대개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결과가 나오지만 세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관외사전투표의 결과를 포함한다면 아마 그 차이는 더욱 클 것으로 짐작가능하다.
물론 10% 내외의 차이는 개인기를 통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하지만, 지역구 관리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이준석이 공중전만으로 결과를 뒤집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하겠다. 게다가 현재 노원구 지역은 선거구의 변경이 유력시되는 곳이며, 편입이 유력한 노원구 을은 노원구 병보다 민주당 세가 더욱 강한 곳이기 때문에 선거구 개편의 결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표 차이가 더욱 벌어질지언정 좁혀질 가능성은 더욱 낮다.
그리고 이준석에게 강고한 지지를 보내는 계층이 2030 남성이며, 강고한 비토를 보내는 계층이 노년층임을 감안한다면,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유출되는 동시에 노년층이 점차 증가하는 노원구 병은 그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게다가 그의 지역구 타깃 중 하나인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상계동 학부모’도 이제는 더 이상 학부모 세대가 아니라는 점 또한). 즉, 이준석이 노원병을 떠날 동인은 더욱 높아지는 실정이며, 향후 그의 정치행보가 적어도 10~20년이 남은 것을 감안했을 때, 적당한 시점에서 상계동을 손절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가야할 곳은 과연 어디일까? (계속)
허필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