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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이주민 사역, 인권 보호에 나선 대구이주민선교센터가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이주민선교센터는 2003년 11월 11일, 예수의 사랑을 이주민에게 전하고 이주민 인권 보호, 복지 증진을 위해 중구 대봉동 사무실에서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로 시작했다.
12일 낮 12시, 서구 비산동 이주민선교센터 베트남인교회에서 이주민의 친구 대구이주민선교센터 20주년 겸 추수 감사 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는 박순종 목사가 감사 예배를 맡았다.
평소 이주민선교센터 예배가 끝나면 통상적인 교회와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주중에도 수시로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산업재해 사고, 직장 내 성희롱 등 한국사회의 약자로서 온갖 부당한 일에 노출된 이주민들은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배가 끝나면 노동, 진료 지원, 교육이나 비자 문제를 의논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주민들이 목사와 상담하려 순서를 기다리는 경우가 흔하다.
20주년 예배에서만큼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자리로 준비됐다. 베트남 이주민 50여 명이 참석한 예배는 감사 찬송, 기도, 설교 순으로 진행됐고, 이후 퀴즈 대회와 베트남 음식 식사도 진행됐다.
예배에 참석한 푸엉(31) 씨에게 이주민선교센터는 각별하다. 신앙을 얻게 된 곳이기도 하고, 갓난 아이를 고향 베트남에 보내고 베트남의 노부모와 자녀를 기르기 위해 타향살이하며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처지에 기댈 곳이 됐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푸엉 씨는 시간을 쪼개 말씀 번역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푸엉 씨는 “한국에서 딸을 낳았지만 8개월 만에 베트남에 보냈다. 보고 싶고, 베트남 생각도 나고 나이 든 부모님도 걱정되지만, 한국에서 일해서 보탬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에 살면서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기도 많이 보고 싶지만 그래도 일을 해야 해서 할 수 없다. 마음이 아플 때는 교회를 찾는다. 믿음을 가르쳐 줘서 고맙고, 다른 일도 도와주셔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20년 사역이 버겁게 느껴지면서도 순식간에 지나간듯 하다. 이주민의 신앙과 권리를 위해 만방으로 다니다 보니 어느새 예순을 앞둔 나이가 됐다. 박 목사는 이제 이주민들이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남은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20주년 달려왔지만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주로 자원활동으로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한계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일을 다 하지 못했어요. 1년에 이주민 200명 정도 만나니 20주년이면 4,000명이네요. 처음 만난 사람들이 이주노동자 1세대라고 하면, 이제 그 사람들의 아들, 딸들을 보고 있어요. 부모님이 다니던 우리 교회에 아들, 딸이 오기도 해요. 그 사람들은 대를 이어서 체불, 산재 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요. 아직도 불합리한 구조가 있는거죠. 이주노동자 가족이 한국에 초청되는 경우 가슴아픈 일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결혼이주여성이야 제도적으로 초청할 수 있는데, 이주노동자의 경우 산재 치료나 사망해서 수습을 위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루빨리 산재 문제만큼이라도 해결돼야 해요.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교민회 등을 통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닦으려고 해요.”(박순종)
한편 이주민선교센터는 비산동 교회 외에도 달성군 논공단지의 평화교회에서도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평화교회를 포함해 이주민선교센터에는 박 목사 외에도 고경수 목사, 김재동 선교사가 사역 중이며 통역, 자원봉사 등 1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논공단지 평화교회에서도 20주년을 기념해 추수감사예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후원자 등 40여명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었고, 현지 선교사 보고도 이어졌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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