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역회전한 대구 중학교 급식실 환기시설···“호소에도 개선 안 돼”

2021년 8월, 배기팬 교체 이후 환기 문제 호소
2022년, 대구교육청 관내 학교 시설 정비에서도 발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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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강동중학교 급식실에서 환기시설인 후드 배기팬이 2년 동안 역회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학교 급식종사자의 폐암 확진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만큼 대구교육청이 환기시설 공사와 점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교육청은 담당 공무원, 강동중학교, 교육청 관련 부서를 징계 등 처분 조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강동중학교는 2021년 3월에서 8월까지 급식실 현대화공사를 하면서 후드를 교체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급식종사자들은 공사 이후 환기가 안 된다고 학교에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개선 없이 2년이 흘렀다.

지난해에는 대구교육청이 전체 대구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성능을 조사했지만 후드 고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올해 6월 이 학교 급식종사자들이 단체로 학교장에 민원을 제기한 뒤 학교가 시공업체가 아닌 전문업체에 의뢰하면서 배기팬 작동 전기배선 연결 오류로 배기팬이 역방향으로 회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9일 오전 학비노조는 대구교육청 앞에서 ‘강동중학교 환기시설 부실 공사 은폐 규탄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1년 8월, 배기팬 교체 이후 환기 문제 호소
2022년, 대구교육청 관내 학교 시설 정비에서도 발견 못해

지난 6월 22일 대구교육청과 동부교육지원청이 현장을 확인하고 감사를 실시했으며, 지난달 10일부터 강동중학교는 급식을 멈추고 후드 재공사에 들어갔다. 노동조합은 급식종사자들이 환기가 안 된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으나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고, 그 사이 교육청 점검이 있었음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9일 오전 학비노조는 대구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구제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후드 배기팬이 역회전한 기간 동안 강동중학교에서 일한 급식종사자는 조리실무원 9명(정년퇴직 2명), 조리사 1명, 영양교사 4명이다. 대구교육청은 이들에게 추가 폐암 검사, 공사로 인한 휴업 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를 지원했다는 입장문을 냈지만 노조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구교육청에 ▲폐암 검사뿐 아니라 종합적인 정밀검사 실시 ▲경제적 피해 보상할 수 있는 피해자 구제책 마련 ▲철저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일하는 사람 의견 반영될 수 있는 문제 해결 절차 마련을 요구했다.

▲강동중학교에서 조리실무원으로 근무한 뒤 퇴직한 박경애 씨는 “늘 공기가 안 좋았다. 튀김, 볶음 등 메뉴 때문인 줄 알았다. 환기가 안 되니 무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2009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강동중학교에서 조리실무원으로 근무하고 현재는 퇴직한 박경애 씨는 “일하는 동안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다. 기침을 하거나 머리가 아프고 눈이 따갑기도 했다. 영양사 선생님이나 위생점검 나오는 교육청 직원에게 이야기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며 “한번은 동료 중 한 명이 튀김을 하다 정신이 몽롱해지며 마비가 오기도 했지만 창문가에 한동안 기대어 있는 게 다였다”고 증언했다.

기자회견 직후 대구교육청은 입장문을 배포해 “강동중학교 급식종사자 전원에 대한 폐검사를 추가로 실시했으며 향후 이들의 건강관리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강동중학교의 조리실과 전처리실에 냉난방기 확충 예산을 지원했으며 최근 3년 이내 급식실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한 동부 관내 15개 학교를 대상으로 환기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사로 인한 휴업기간 동안 임금은 근로기준법, 교육공무직원과의 임금협약, 2023년 교육공무직원 업무 지침에 따라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했다. 학교에서 학기 중 공사, 휴업(임금 70%)에 대해 충분히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리실에서 고온의 튀김, 볶음 요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은 폐암의 원인이 된다. 특히 튀기거나 볶고, 전을 부치는 등 기름을 많이 취급하는 조리를 할 때 환기가 원활하지 않으면 기류가 정체돼 조리실 내 환경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올해 3월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의 후속조치의 하나로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구교육청도 2027년까지 관내 462교의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