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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아홉 번째를 맞이한 ‘대구청년주간’ 행사가 열렸다. 광주 청년들이 참석한 2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연 및 문화행사, 교류행사, 부스존 등이 진행됐다. 전국에서 4만 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마쳤다는 대구청년주간에 대해 대구시 홍보영상이나 언론 매체가 강조한 건 유명 개그맨들의 참석이다. 지역 청년과 주민의 이야기는 잘 다뤄지지 않는다.
대구 남구의회가 지역 축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30일 오후 남구의회 주최로 열린 ‘주민 거버넌스를 위한 축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는 남구의원, 공무원을 비롯해 축제감독, 문화기획자, 상인회 등 축제와 관련된 여러 주체가 참석했다. 이들은 대구시와 남구의 여러 축제를 비교‧분석하고 ‘주민이 주인공인 축제’를 위한 고민을 나눴다.
‘수성못 페스티벌’, ‘남구 15분 예술동네’를 감독한 손호석 감독은 첫 번째 발제를 맡아 현재의 지자체 축제 문화를 진단했다. 손 감독은 “문화 예술에 대한 시민 요구가 ‘좋은 것을 보고 싶다’에서 ‘직접 예술을 배우고 연습한 기량을 무대 위에서 뽐내고 싶다’로 변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공간에 사람을 모으는 게 굉장히 어려워졌다. 이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인기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고, 전국의 모든 축제가 비슷한 형식을 갖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집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인기 연예인 중심의 행사를 탈피하기 위해 ‘생활예술’에 집중해야 한다. 가족, 친구, 지인의 공연은 보러 오기 때문”이라며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에 연출·기술 분야, 공연 설비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해 준다면 감동적인 공연을 만들 수 있다. 지역의 생활예술인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우리 지역만의 장점을 살린 축제를 함께 상상해 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상훈 대구문화예술현장실무자정책네트워크 대표는 행정이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평가했다. 한 대표는 “대구시가 대표 축제로 꼽는 파워풀페스티벌은 장소도 시기도 제목도 계속 달라져 왔다. 달구벌, 컬러풀, 파워풀로 넘어오면서 일반 시민의 참여도가 높아지기보단 볼거리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그릇은 참여형이지만 방식은 동원형이다. 시민 주체의 욕망을 막고 행정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다 보니 관이 주도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1개의 뻔한 대형 축제가 아닌 100개의 생동하는 축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대구시 남구 축제운영에 관한 조례’에 ‘작은 축제 활성화’ 부분을 추가해 축제의 사이즈보다 주제, 가치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조례의 실질적인 작동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던졌다. ▲동네 주체, 공무원 활동, 축제 지원을 위한 도로 점용, 주민 협조 등 ‘축제 환경조성 등을 담은 가이드북’ 제작 ▲작은 축제를 위한 준비 학교 ▲동네 문제를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축제 ▲지속되지 못한 민간축제의 부활 등이다.
이외에도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한 정호재 대명공연예술센터장은 해외 사례를 통해 ‘작은 축제 여럿을 묶어 진행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제안했으며, 이명록 보드레길 상인회 스튜디오숲 이사는 대명동 상인회가 주체적으로 진행한 보드레길 축제 사례를 소개하며 남구에 바라는 점을 전했다.
토론회를 기획한 이정현 남구의원(더불어민주당, 이천‧봉덕1‧2‧3‧대명2‧5동)은 “전국 지자체의 축제가 대부분 비슷하다. 중앙 연예인에 의존하는 축제가 많다. 거기에 들이는 비용이면 지역의 문화 자원에 지원하거나 주민이 주인공인 축제를 기획할 수 있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축제를 어떻게 기획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나누기 위해 이 자리를 준비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는 영상으로 남겨 의회 홈페이지 등에 아카이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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