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8月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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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이하 치맥페)은 대구에서 치킨과 맥주를 주제로 매년 여름에 개최되는 축제이다. 환경단체 등은 해당 축제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수많은 닭의 죽음 위에 운영되는 축제라며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어왔다. 그 중 대구 동물권 행동 단체 ‘비긴’과 독립서점 ‘책빵 고스란히’는 치맥페의 대안점으로 N맥 페스티벌(이하 N맥페)을 만들었다. 올해에도 N맥페가 열린다는 소식에 ‘비긴’ 소속 제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니는 치맥페의 문제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대구는 기후위기 이야기가 특히 더 필요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환경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치맥페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첫째로는 동물을 죽여서 소비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그렇다.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소비해서 운영하는 행사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둘째로는 일회용품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축제라는 점이다. 작년에는 플라스틱이 아닌 옥수수 소재의 일회용품을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쓰레기 양이 더 늘어났다는 결과가 있다.”

육식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 뿐 아니라 공장식 축산업을 위해 산림 벌채를 일삼는 탓에 열대우림과 숲을 파괴하며 기후위기에 일조한다. 작년 치맥페에서 사용한 일회용품 중 일부는 생분해성인 옥수수 소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모두 일반쓰레기로 버려졌다.

“세번째는 국가, 시, 지자체 차원에서 이뤄지는 축제라는 점이다. 사기업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이윤을 좇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국가기관은 기업과 달라야 한다. 국가기관이라는 것은 어떤 반대가 있더라도 다음의 가치(미래지향적 가치)를 향하는 일을 지원해야 한다. 대구는 치맥페에 목을 매기 보단 딤프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와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축제를 중점적으로 키워야 한다. 딤프처럼 지역 고유의 행사로 만들 수 있는 강한 무기가 있음에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안일하게 느껴진다.”

N맥페는 동물권 행동 단체로서 치맥페를 향해 항의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취지로 시위를 한다.

“우리는 치맥페에 대항하는 시위의 마음 뿐 아니라 말 그대로 페스티벌을 운영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치맥페에 반대한다는 부정적 감정만 가지고 행동하기엔 운동가들도 원동력이 떨어지고, 참여자들도 시위하는 마음으로만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페스티벌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을 것이다.”

N맥페는 시위 그 이상의 실천적인 활동이다. N맥페에는 먹고 즐기는 것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치맥페가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치맥페에 저항하는 의미도 들어가야 하기에 진실의 큐브(공장식 축산의 실제 모습을 담은 노트북 화면을 들고 거리에 서서, 궁금증을 품는 이들에게 그에 대해 설명한다), 다크투어(두류공원을 한 바퀴 돌며 공원 내 수많은 새들을 살펴보고, 저들과 닭이 다르지 않음을 얘기한다), 행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위 첫날에는 두류공원에서, 둘째날에는 동성로 일대에서 행진했다. 우리의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게 번화가에서 피켓을 들고 걸었다. 치맥페를 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치킨을 먹으러 가는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 그들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냥 축제가 열리기를 바랐을 뿐이고, 막상 가 보니 먹을 게 치킨밖에 없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치맥페가 아니어도 되는 선택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N맥에서는 치킨 대신에 맥주와 같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체육 치킨, 빵, 피자 같은 음식을 제공한다. 맥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동물의 죽음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축제는 즐길거리 없이 먹거리만 내세우는데, 구성이 정말 얄팍하다. N맥페에서는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 되는,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이 모든 과정에서 환경은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들은 대구시와 치맥페를 향한 제안문에 환경오염이 있는 축제 대신 N맥페를 지원하라는 사항을 담아내는 등 적극적으로 축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1개가 아닌 N개의 삶’ 슬로건을 걸고 있다. 공장식 축산에서 통칭되는 ‘닭’이 아니라 각 개체들의 삶이 있다는 의미다. N맥페는 8월 26일부터 27일까지 카페 ‘대화의 장’을 대관해 온라인 포럼, 비건 강연, 다회용기 사용 부스 운영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N맥페 인스타그램(@n_beer_offici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축제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니가 전하는 말이다.

“만약에 동물권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문제점들을) 치맥페 축제 관계자에게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관계자들은 운동가의 이야기라면 몰라도 참가자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기에 효과가 좋을 것이다. 치맥페에 가는 것에 죄책감을 가진다면 축제를 거부하기보다 오히려 치맥페에서 적극적으로 건의를 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방법이다. 새로운 축제 N맥페에도 열린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글_표출지대 김지민
사진_표출지대 최령은
pyochul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