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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쌍방울 대북송금: 이화영 진술 신빙성 저하로 이 대표 관여 입증 어려워
2. 대장동: 구조상 수익 배분 설계는 성남도개공… 유동규가 최고 윗선일 수도
3. 백현동: 명백한 성남시 정책 실패지만 배임 입증은 또다른 차원
4. 성남FC: 인허가-광고비 결부됐다면 이 대표 관여 여부가 최후 관건
5. 위증교사: 이 대표-김모씨 통화녹음파일 열리면 판단 오래 안 걸릴 것
6.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까다로운 문제고 형량 가벼워 큰 변수 안 될 수도
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기각된 결정적 요인은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 혐의와 백현동 사업 배임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유죄일 경우 양형이 매우 높은 중대사안이기 때문에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소명되기만 했다면 증거인멸의 염려도 크다고 판단되었을 것이다.
판사가 소명되었다고 인정한 혐의는 2차 구속영장의 3대 혐의 중 위증교사 하나밖에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는 ‘다툼의 여지’가 인정되었고, 백현동 개발 관련해서는 일부분에서 상당한 의심이 들지만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위증교사 혐의 하나만으로는 3가지 혐의에 관한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지 않다는 판단까지 더해져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대표가 무죄인지 유죄인지는 알 수 없고 근간에는 무죄추정이 깔린다. 이번 기각 사유만 놓고 본다면 3개 혐의 중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 혐의고,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비교적 가장 덜한 것이 위증교사 혐의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의 수사 흐름에 이번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더하면 앞으로의 재판 전망이 조금 더 뚜렷이 보인다. 1차 구속영장에 포함된 사건들까지 합쳐서 재판의 관건을 전망해본다.
1. 쌍방울 대북송금: 이화영 진술 신빙성 저하로 이 대표 관여 입증 어려워
쌍방울 대북송금은 현재 이화영 씨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씨 행보 때문에 어떤 진술을 하든 신빙성이 달릴 것이다. 이 대표 모르게 송금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여전히 뚜렷하게 보인다. ‘도지사가 몰랐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르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런 의문만으로 관여가 입증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물증이 검찰에게 있어야 유죄가 나올 것으로 전망해본다.
필자는 검찰이 대북송금 목적으로 이 대표 방북을 꼽는 것도 재검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방북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이 대표가 두드러지는 방북과 아닌 방북. 전자의 경우 남북관계의 불투명성 때문에 정치적 리스크가 있다. 후자는 타정치인보다 더 누리는 특별한 이익이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은 사실이고 이것은 중대한 사건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대표측이 아닌 다른 인물이나 세력이 경기도를 ‘플랫폼’으로 썼을 가능성은 따져보지 않은 것 같다.
2. 대장동: 구조상 수익 배분 설계는 성남도개공… 유동규가 최고 윗선일 수도
대장동 사업에서 일어난 배임 혐의에서 명확히 의심되는 최고 윗선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씨다. 대장동 사업의 구조상 성남시는 인허가와 다른 법인의 출자에서 주도권을 갖고, 수익 배분 설계부터는 성남도개공이 1차적 주도권을 쥔다. 이 대표가 유씨에게 초과이익환수 조항의 삭제 등을 두고 지시, 회유, 압박을 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이 대표의 배임이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한때 ‘428억원 약정설’, 성남시와 성남도개공이 대장동 사기업체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다주는 대가로 이 대표 등이 돈을 받기로 했다는 설이 제기되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도 배임은 성립할 수 있지만, 이것을 입증하면 배임 혐의 입증은 거의 확정적이다. 하지만 입증되지 않았고, 기소 내용에서도 빠져 있으니 현재로서는 무게를 둘 필요가 없다.
다만 또 한편으로, 뇌물을 받아야만 배임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428억 약정설’은 배임죄 입증의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 아니다. 성남시의 사무를 처리하는 이 대표가 사기업체가 이익을 취하게 할 목적으로 성남시에게 손해를 가한 게 사실이라면, 여기까지만 해도 배임죄에 해당한다. 본인은 한푼도 챙긴 게 없다는 이 대표의 반론은 뇌물수수가 없었다는 뜻일 뿐 배임 혐의에 대한 온전한 반증은 되지 못한다.
3. 백현동: 명백한 성남시 정책 실패지만 배임 입증은 또다른 차원
백현동 배임 혐의는 대장동보다 쉬운 구조다. 성남도개공이 빠져 있다. 성남도개공이 빠지면서 사기업체 이익이 치솟은 것은 명백히 당시 성남시와 이재명 대표의 개입에 따른 것이다. 전례가 없어보이는 자연녹지->준주거녹지 ‘4단계 용도변경’은 법령이나 박근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는 부지 매각이 잘 되도록 하는 방침을 세워두고 성남시에게 협조요청을 했을 뿐임이 공문에 드러나 있다. 성남시가 곧바로 책임질 문제다. 다만 이것이 정책적 문제를 넘어선 고의적 배임이라는 증거가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영장전담판사도 직접증거가 부족하다고 중간 판단했다.
일단 거짓말이 드러난 정진상 씨는 강력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백현동에 관련된 정책 결정이 진행되던 기간에 로비스트 김인섭 씨와 이 대표 최측근 정진상 씨가 1백 차례가 넘는 통화를 했고, 정씨는 심지어 투옥된 김씨를 특별면회하기도 했다. 정씨가 처음에 ‘김인섭과는 관계가 끊어져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다’는 요지로 주장했던 것이 완전히 반박된 것이다. 단, 이것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행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추가로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4. 성남FC: 인허가-광고비 결부됐다면 이 대표 관여 여부가 최후 관건
성남FC 제3자뇌물공여 혐의를 반박하는 이재명은 ‘2명의 이재명’이다. 이재명1은 ‘성남FC의 광고 유치와 성남시가 광고주 기업들에게 한 인허가는 별개의 일’이라고 말한다. 이재명2는 ‘광고 유치와 인허가 사이에 관련이 있더라도 그것은 시민의 이익이 되었다. 그리고 제3자 뇌물공여가 직접 공여와 형량이 같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이재명1은 무죄를 주장하는 반면 이재명2는 유죄가 나오더라도 도덕적, 정책적 문제가 없으며 심지어 사법적으로도 억울한 것이라 주장한다. 각각 전혀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하는 것부터가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더불어민주당의 몇몇 인사들을 포함해 어떤 이들은 “대구FC에 후원금을 낸 대구은행이 대구시 금고은행으로 지정된 것도 제3자 뇌물공여냐”고 반문한다. 무지의 소산이거나 허위선동이다. ‘성남시에 인허가를 받으려던 기업들이 성남시의 관여로 성남FC에 광고비를 내고 인허가를 따냈다’는 의혹은 대구은행-대구시-대구FC’와는 전혀 다른 구조와 줄거리를 가진다.
인허가는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다. 지자체 금고 지정은 주기가 돌아오는 대로 반드시 해야 한다. 인허가는 관련 기관 각각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문제다. 시금고 지정은 여러 기관이 한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분야다. 인허가는 단체장을 위시한 지자체의 권한이다. 시금고 지정은 위촉된 심사위원들을 거쳐 이뤄진다. 지자체 금고 지정의 배점 및 평가기준은 지자체 조례나 규칙에 정해져 있다.
대구은행이 대구FC에 후원하면 지역사회 기부 관련 항목에서 득점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경쟁기관도 대구FC나 지역사회 다른 기관에 기부해서 득점할 수 있으니 앞서 나가는 효과는 상쇄된다. 대구FC 후원이 다른 기부보다 유달리 높은 점수를 받을 여지도 별로 없다. 지역사회 기부 관련 항목의 일부는 대구시가 공개적으로 세워놓은 계획을 따라야 점수를 부여하게 되어있다. 더구나 지역사회 기부 항목은 지극히 제한적인 변수(100점 중 7점)라서 여기서 우위를 점해봤자 다른 분야에서 경쟁기관보다 점수가 쳐지면 시금고 지정을 못 받게 된다.
성남FC에서 나타난 줄거리가 대구은행에서는 불가능하다. 만약 대구시 관계자가 대구은행에게 시금고 지정을 약속하며 대구FC 후원을 독촉하고, 대구은행 관계자가 이를 믿고 대구FC를 후원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나 부정부패를 수단계에 걸쳐서 해야 한다. 심사위원들을 구워삶아야 하고, 필요하면 규칙을 개정해가면서까지 농간을 부려야 하며, 일부러 대구은행 이외 다른 주체가 대구FC나 지역사회 다른 기관을 지원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런 일이 하나라도 있었나?
반면 성남FC 의혹의 경우 성남FC 후원기업들이 하나같이 성남시의 인허가를 필요로 하고 있었고, 또한 하나같이 성남FC라는 특정기관에 몰려들어 광고비를 집행했다. 일단 인허가 관련 거래 의혹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인허가와 광고비 집행 사이에 연관이 있으면 제3자뇌물공여로 직결된다. 이재명 대표는 본인이 받은 돈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이것은 법조인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실언이다. 제3자 뇌물공여는 제3자에게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은 관련 기업 압수수색을 통해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 내용 중 하나를 보면 한 기업은 ‘후원을 해주고도 인허가를 못 받는 상황이 우려되니 성남시가 하는 것을 보면서 후원금을 나눠서 내자’는 취지로 논의했다. 이것은 성남FC 광고비 유치와 해당 기업의 인허가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유력 증거다.
다만, 설령 광고비 집행과 인허가 사이의 연관이 인정되더라도, 이 대표 인지 사실이 발견되지 않아 정진상 씨 등 다른 인물이 최고 윗선으로 보이면, 이 대표는 처벌받지 않는다. 이 대표가 사건 관련 기업에게 기부체납을 받기보다 현금을 받는 쪽으로 정책결정한 점, 관련 심사위원회(성남FC 광고비를 유치한 사람을 심사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결정)의 구성에 관여한 점은 드러났다. 여기서 연결고리가 더 있는지가 관건이다.
5. 위증교사: 이 대표-김모씨 통화녹음파일 열리면 판단 오래 안 걸릴 것
위증교사 혐의는 백현동 사건을 수사하면서 부상했다. 백현동 개발에서 성남시와 사기업체 사이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김모씨는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검사 사칭 사건’의 관련자다.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나서, 김씨는 법정에서 이 대표가 무죄를 받는 데 도움이 되는 진술을 해주었다.
백현동 압수수색 과정을 거쳐 이 대표-김모씨 통화녹음파일이 드러났고, 김모씨는 자신이 당시 법정에서 위증을 했다고 자백했다. 통화녹음파일 내용이 관건이다. 이 대표 영장을 기각시킨 판사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소명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물론 이것이 ’유죄가 증명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가령 이 대표와 김씨가 엇갈리는 기억을 놓고 토론하거나 설득하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수준이었다면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는 판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김씨가 자백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통화녹음파일은 본격 법정에서 대중들에게 공개될 것이다. 위증교사 혐의는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권고 기준에 따르면, 위증이 신병 또는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징역 10월~3년’이고, 위증을 교사한 경우는 형량이 이 범위안에서 조금 더 상한선에 접근할 수 있다.
6.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까다로운 문제고 형량 가벼워 큰 변수 안 될 수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유죄가 나와도 벌금 1백만원 미만의 형이 나오면 이 대표의 정치가도에 지장이 없다. 또한 판단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의 발언으로 받게 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장동 사건 수사 도중 숨진 고 김문기 씨에 대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는 요지로 발언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백현동 개발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부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되었다고 주장한 2021년 국회 국정감사 발언이다.
이 대표와 고인이 같이 찍힌 사진, 고인이 이 대표에게 대장동 사업 관련 보고를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이 대표가 조금씩 밀리는 상황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죄에서 유죄로 가는 선을 넘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단정일 수 있다. 여러 차례 대면했던 사람에 대해 “기억을 못했고, 그래서 모른다고 말했고,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말할 여지는 있기 때문이다.
백현동 개발의 경위 문제는 조금 더 명확한 문제다. 성남시와 중앙정부가 주고받은 각종 공문을 통해 백현동 개발에서 용도변경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성남시의 일임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방안을 반대하며 2016년 단식농성까지 한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에서 박 정부 탓을 하는 것도 의아하다. 이 대표에게 남은 최선의 방도는 공문 바깥에서 국토부 등 중앙정부 관계자에게 압박받은 적이 있음을 최대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이상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드러난다고 해도 변수가 있다. 벌금 1백만원 미만이면 정치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판사가 일부 또는 전부를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중대범죄가 아니라고 보고 벌금 1백만원 미만의 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특히 허위사실공표의 경우 재물이 오고가는 부패범죄와는 다르고 ‘표현의 자유’ 문제가 걸려 있어 법관으로서는 엄벌을 자제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