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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될 ‘923 기후정의행진’을 하루 앞두고 있다. 1년 사이 기후위기는 인류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대홍수로 2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사망했고, 모로코에서는 120년 만의 대지진으로 3,000여 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1월 시작된 산불은 이례적으로 장기화 된 건기로 지금까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봄을 맞이한 남반구의 호주는 40도에 달하는 폭염을 겪고 있고, 유례없던 폭우로 50여 명이, 이어진 폭염으로 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상 기후는 점점 더 자주 심각한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923 기후정의행진’을 나선다.
작년 9월 기후정의행동을 제안한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기후정의동맹>이 올해 다시금 ‘923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를 너르게 제안했고, 500여개의 단체가 모였다. 그리고 ‘923 기후정의행진’을 불과 며칠 앞두고 하나의 결정을 내렸다. 작년에 이어 ‘923 기후정의행진’의 조직위원회로 함께 해 온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소속단체인 기본소득당을 제척한다는 것이었다.
1차 조직위원회 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참여 정당인 기본소득당의 조직위원회 참여에 대한 문제제기가 됨. 과거 민주당의 위성정당전술에 함께 했던 정당이 ‘기후정의운동의 세력화’를 주요 기조로 잡은 이번 조직위에 함께 하기 어렵다 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2차 조직위원회 회의에서 ‘기본소득당의 923 기후정의행진 조직위 참여 배제의 건’ 이 안건으로 상정되었고 해당 안건에 대해 숙의하고 결정하기 어려움을 확인하고,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와 의결을 이후 조직위에서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집행위원회에 위임을 결정했다.
9월 6일에 진행된 3차 조직위원회 회의에서 ‘기본소득당의 923 조직위 제척의 건’이 상정되었고 54개의 참석단체 중 33개 단체의 찬성으로 “기본소득당의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참여가 선거법 개혁과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성찰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권고한다. 9월 18일까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시 별도 조직위원회 의결 없이 조직위원회에서 제척한다.” 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기본소득당은 4차 조직위원회 소집을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전달했지만, 조직위원회는 입장문이 조직위원회의 권고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척한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연대활동을 하며 소속 단체 제척 논의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수년 전 비슷한 일이 떠올랐다. 오래된 지역의 연대단위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방침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물론 연대단위 소속단체라고 해서 사안들마다 서로 같은 입장일 수 없다. 연대 사업으로 논의할 때 다른 입장에서 공동의 사업을 만들어가는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거친다. 각 단체의 입장과 판단은 해당 단체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존중해야 한다.
당시 A단체에서 같은 상설연대체 소속 B단체의 행보가 문제적이라는 성명을 밝혔다. B단체에서 충분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추가적인 설명도, 성명 철회가 되지 않았다. B단체는 상설연대체 소속단체에 해당 성명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연대운동의 일보전진을 위해서 단체들의 입장에 답해달라는 것이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동료가 필요하다. 특히 대구에서는 서로 다른 단체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연대체를 구성하여 대응하는 일이 많다. 그만큼 연대운동의 많은 경험은 운동의 연대성에 대해 중요한 감각을 갖게 한다. 개별 단체가 대응하기 힘든 사안이 연대단체가 머리를 맞대며 힘을 모으기도 하고, 개별 단체가 대응하던 사안에 대한 해결 단초를 마련하기도 한다.
A단체가 정치적, 운동적 과제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과 그 판단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 판단에 특정 단체를 언급하며 규정하는 방식으로 표명하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각 단체의 입장을 존중하고 공동의 과제를 만들어 책임 있는 자세로 함께 한다는 연대운동의 원칙에서 적절하지 못했다. 비판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토론도 없이 함께 테이블에 앉는 것은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서로의 경험치와 선입견에 불편한 감정 한 숟갈을 얹을 뿐이다. 그래서 상호비판뿐만 아니라 토론을 통한 수렴 과정을 가지는 것이 연대운동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다름에서 출발하여 공동의 것을 만드는 데 평행선으로는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단체에서 소속단체 전원에게 해당 성명에 대해 입장을 요청하는 것 또한 각 단체의 입장 차이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연대정신을 훼손시킬 수 있다. A단체의 개별적 활동과 성명 그 자체를 존중하는 마음처럼 B단체의 입장과 제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또한 연대운동에 긍정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되려 B단체가 A단체에게 제안했던 추가적인 설명이 전체회의 자리에서 토론으로 다뤄지고 견해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푸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해당 사안은 지방선거를 지나 몇 차례 내부토론으로 논의가 되었다. 물론 다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었더라도, 마주보고 앉아서 논의할 수 있는 연대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상호 자극과 긍정적 계기로 작용했다고 본다.
그리고 지역에서의 지난 이 경험과 이번 ‘923 기후정의행진’의 기본소득당 제척의 건을 두고 연대를 다시금 고민해본다.
923 기후정의행진을 하루 앞두고 기후위기에 더 많은 연대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수년째 기후위기에 우려를 가진 인류와 그 우려를 실제로 접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기후와 재난에 대해 깊은 두려움을 느낀다. 어떻게 해도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지구 반대편의 소식들부터 언론에 쏟아지는 기후위기 죽음들에 무덤덤해지지 않아야 한다. 올해의 ‘923 기후정의행진’이 작년의 ‘924 기후정의행진’보다 더 넓고 힘 있게 모여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1년간 몸소 겪었다. 그 1년의 시간을 드러내고, 분노하고, 소리치자.
연결된 연대의 힘으로 기후위기를 막아내야 한다. 그 절박한 마음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것이다. 기후정의를 세우자는 동료시민들 곁에 기본소득당도 함께 의지를 보탤 것이다.
신원호 기본소득당 대구시당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