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규의 독일생명평화기행] (7) 베를린에서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를

독일 최대 환경단체 분트(BUND) 베를린 지부에 가다
분트(BUND)와 독일녹색당, 반핵을 계기로 출범하다
재생에너지전환 갈등, 차이와 협력의 이중주
지구적 연대와 함께 근본적인 해결 탈핵에너지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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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허승규 녹색당 부대표는 2023년 7월 2일부터 14일까지 13일 간 독일로 생명평화기행을 다녀왔다. 독일은 녹색당이 연립정부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한국의 녹색당 정치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독일 역시 최근 극우정당 지지율이 20%를 넘기도 한, 완벽한 사회는 아니다. 2주 동안 허승규 부대표가 경험한 독일의 모습과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를 매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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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규의 독일생명평화기행] (6) 보행자가 살기 좋은 베를린의 풍경

▲분트(BUND) 베를린 지부 [사진=신영철/허승규]

독일 최대 환경단체 분트(BUND) 베를린 지부에 가다

생명평화기행단은 분트(BUND) 베를린 지부 사무실을 방문했다. 독일 환경자연보호연맹인 분트는 1973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창설됐다. 60만 회원을 둔 독일 최대의 민간환경단체이며, 16개 지역 조직과 2천 개가 넘는 지역 모임이 있다.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와 함께 세계 3대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FoEI)’ 독일지부이기도 하다. ‘지구의 벗(FoEI)’ 한국지부는 환경운동연합이며, 분트는 환경운동연합과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나는 녹색당 부대표지만, 안동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이기도 해서 친근감을 느꼈다. (녹색연합 회원이기도 하다^^) 환경단체 사무실답게 허름하면서 소박한 느낌의 건물로 들어갔다. 기행단을 맞이한 분트 담당자는 한국에 4번 방문했다. 김치를 직접 만든다고 한다! 인심 좋아보이는 ‘친한파’ 분트 담당자와 간담회를 시작했다.

분트(BUND)와 독일녹색당, 반핵을 계기로 출범하다

분트는 독일 최대 환경단체답게 특정한 의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제를 다루고 있다. 창립 계기는 역시 핵발전소였다. 1979년 창당한 독일녹색당과 창립 시기, 계기가 비슷했다. 한국은 환경단체가 활성화된 1990년대와 한국녹색당이 창당한 2010년대는 20년 정도 차이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1991년, 환경운동연합은 1993년, 한국녹색당은 2012년에 생겼다. 한편 민주노총은 1995년, 민주노동당은 2000년에 출범했다. 두 단체는 시기적으로 비슷했고, 노동을 조직적으로 대변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이었다. 한국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의 관계에 비해 한국 환경·생태·녹색운동과 녹색당의 관계는 훨씬 느슨하다.

이처럼 한국녹색당의 과제인 녹색정치세력화는 한국녹색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녹색운동이 어떻게 정치세력화할 것인지, 정당정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의 녹색운동은 정당정치와 거리두거나, 민주당 계열 정당을 우선 소통 대상으로 삼고 비판과 활용을 번갈아하거나, 진보정당 내 녹색정치를 도모하거나, 녹색당과 같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선택지일 것이다.

2012년 한국녹색당의 창당은 녹색운동의 정치세력화 시도였지만, 주류적인 흐름을 만들지 못 했다. 2023년 한국 정치에서 녹색 정치는 뒷전이며, 윤석열·국민의힘 정권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반(反)기후 정치와 지속불가능한 생태 파괴적인 정치를 펼치고 있다. 녹색정치가 절실한 요즘, 한국 녹색운동의 정치세력화는 새삼 중요한 과제이다. 이번 기행단 준비처럼 녹색당과 녹색시민사회가 녹색정치 실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트(BUND) 베를린 지부 간담회 [사진=생명평화아시아/신영철]

재생에너지전환 갈등, 차이와 협력의 이중주

탈핵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전환은 분트 안에서도 논쟁거리다. 기후에너지를 강조하는 그룹과 자연보호를 강조하는 그룹 내에서 분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풍력 발전과 조류 보호 문제, 농지 태양광 문제를 두고 분트 내부에서도 갈등이 나타난다. 큰 틀에서 ‘기후보호’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 경로에서 다양한 과제가 있었다. 어렵지만 계속해서 토론하고, 대안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확대 문제로 환경단체 내부 갈등이 있다. 나는 올해 4월말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가, 안동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영양 풍력 발전 반대 현장을 방문해서 지역 활동가 및 주민 간담회에 참여했다. 환경운동 내부에서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대안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녹색운동 진영에선 지속가능한 기후위기 대안으로 탈핵·탈석탄이란 기조, 재생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주민 참여 및 이익 공유 원칙, 노동과 함께하는 정의로운 전환, 수요 관리 및 감축을 병행하는 등의 주요 원칙들은 대부분 공감대가 높다.

녹색운동 진영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으로, 내부 차이는 적극적으로 마주하면서 기후에너지전환의 큰 흐름을 사회적으로 확장해나가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차이를 마주하는 용기, 다름에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환경단체 내부 갈등과 별개로 반(反)기후 정치와 일부 언론에 의해 재생에너지분야 자체에 대한 왜곡과 호도가 발생하고 있다. 내부에서 갈등하더라도 대외적으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보다 역사적으로 먼저 갈등을 마주한 독일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분트 담당자는 기행단 참가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친절한 답변을 해주었다. 독일과 한국의 분리수거 정책 비교, 국내 항공 산업 정책 비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대응, 분트의 재정 조달 구조 등의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오고 갔다. 어느덧 다음 일정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집회 시간이 다가왔다. 기행단은 그에게 집회 참석을 즉석에서 제안했고, 분트 담당자는 흔쾌히 집회 참여를 수락했다.

▲[사진=생명평화아시아]

베를린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를 외치다

기행단은 코리아협의회, 한민족 유럽연대 주최로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이번 일정은 원래 예정된 일정은 아니었다. 베를린 일정 첫날 코리아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제안받은 일정이었고, 마침 시간대가 비어 있어서 일정이 추가되었다. 베를린에서 재외동포들이 주최하는 집회 참가라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물리적 거리상 독일 사회에선 일본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주요한 이슈가 아니었다. 반면 인근 국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소식은 독일 사회에서 큰 이슈다. 한국도 이웃나라 일본의 문제엔 민감하지만,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민감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는 한일간의 문제를 넘어선 아시아태평양, 나아가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과 원만한 관계이면서 탈핵국가인 독일 베를린에서의 집회는 시의적절한 행동이었다.

▲[사진=생명평화아시아]

집회에는 베를린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일본인, 관광객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석해서 자유발언 및 구호제창을 했다. 기행단을 대표해서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발언을 했다. 녹색당에서도 현장에서 발언 제안을 받았고 김혜미 부대표가 발언했다. 나는 집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내 옆에 서있던 박제민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나도 발언을 하라고 강력히 권유했다. 나는 앞의 발언과 중복되고, 나까지 발언을 하는 것은 겸연쩍어서 정중히 사양했다. 그러나 박제민 위원장은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면서 수차례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부드럽고 따뜻한 박제민 위원장의 모습중 지금껏 가장 강력한(?) 압박이었다. 자기도 하겠다며, 같이 하자고 수 차례 촉구한 박제민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그렇게 녹색당 3인방은 베를린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규탄 발언을 했다. 한국녹색당, 일본녹색당이 진행한 공동선언 발표를 공유하고, 세계녹색당이 아시아 태평양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함께 목소리 내고 있음을 알렸다. 탈핵에너지전환을 이뤄낸 독일에서 함께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활동에 큰 지지를 보내며, 앞으로도 공동의 행동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막아내고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해 힘써 싸울 것을 밝혔다.

▲[사진=생명평화아시아]

지구적 연대와 함께 근본적인 해결 탈핵에너지전환을

한국 사회의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운동 초창기에 놓치는 점들이 있었다. 첫 번째, 핵오염수 해양 투기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속불가능한 핵발전소 정책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자체가 핵발전의 위험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사고였다.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유지한다면 제2의, 제3의 핵오염수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탈핵과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문제를 연결하는 경향은 약했다. 이에 녹색당을 비롯한 한국의 탈핵진영은 계속해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문제를 탈핵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두 번째,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한국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친일과 반일, 한일전 등의 민족 대결의 구도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편협한 관점이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며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며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 정치적 결정이다. 향후 비슷한 경우에 국제적으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어서 국경을 넘어선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 특히 연대해야할 대상은 일본 내에서 핵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시민사회, 어민, 후쿠시마 주민, 야당이다. 한국녹색당은 일본녹색당과 공동 대응을 해왔으며, 한국의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도 한일연대를 이어왔다. 기고글을 쓰는 시점에선 이미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게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질 핵오염수 방류 문제는 앞으로 계속되는 문제다. 한편 일본 정부를 옹호하며, 반대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가짜뉴스 취급하는 한국 정부는 한일찬핵동맹에 편승했다. 정부·여당의 핵발전소 확대 정책은 인구 대비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 국가이자, 10만년 이상 보관해야할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떠안고 있는 한국의 위기를 더했다. 내가 사는 경북은 핵발전소 최대 밀집 지역이다. 동네에서 지구까지 연결하며, 탈핵과 반핵의 기치를 내세워야할 한국녹색당의 역할을 스스로 다짐하며 집회를 마쳤다.

이렇게 베를린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자유시간인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지난 4일간의 일정을 회고했다. 숙소에 쉬다보니 한두 명씩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녹색당원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녹색당을 주제로 대화가 자주 나왔다. 대부분의 결론은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행 일정에서 느꼈던 소감과 구성원 각자의 개인사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다양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녹색정치에 대한 열의와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야겠다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 내일은 뮌헨과 다하우 강제수용소가 있는 바이에른으로 이동한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