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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금호강 팔현습지 일대에 추진 중인 보도교 사업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이하 환경영향평가)가 법정보호종 서식 검토를 미흡하게 했다는 지적이 인다. 환경단체는 필요하면 소송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은주 국회의원은 대구지방환경청이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열어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2일 오전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등은 달서구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팔현습지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야생동물의 ‘숨은 서식처’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은주 의원도(정의당, 비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료를 내고 부실 조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대구 수성구 매호동 ~ 동구 효목동 일원 약 5.3km, 14만 2,867㎡ 규모로 자전거도로 등이 포함된 산책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3,973m의 제방을 보강 구축하고, 보도교 836m를 포함한 1,585m의 산책로 연결도로를 만든다. 사업비는 보상비를 포함해 약 287억이다. 당초 대구 수성구가 계획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됐으나 이후 사업시행자가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 바뀌면서 위치와 규모, 사업비가 대폭 늘어났다.
이들은 “본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법정보호종 3종(수달, 삵, 원앙)만 기록되어 있는데,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팔현습지 생태조사 결과에는 9종(수리부엉이, 담비, 남생이, 흰목물떼새, 황조롱이, 얼룩새코미꾸리, 수달, 삵, 원앙)에 이른다”며 “환경청이 이후 자체적으로 실시한 환경조사에서 추가적으로 큰고니, 큰기러기, 새매까지 목격됐다. 총 12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이 팔현습지에 서식하고 있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곳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환경부가 해야 하는데, 오히려 ‘삽질’을 하려고 한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환경영향평가”라면서 “평가기관인 대구지방환경청이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열고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호석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비전문가인 민간단체도 9종이나 되는 법정보호종을 발견했는데, 전문기관이 단 3종 밖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최근 ‘내셔널 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에 팔현습지가 선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대구 하천에 삵, 수달, 담비가 공존하는 곳은 금호강 팔현습지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팔현습지를 제발 그냥 좀 놔두자”고 호소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구지부 관계자들도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향후 공사 중지 가처분과 하천정비 사업 승인 처분 취소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강수영 변호사(민변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2020년 11월 당시 환경부는 수성구청(당시 사업시행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서 법정보호종 서식지 단절 예상으로 추가 서식지와 저감 방안 수립을 협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후 재방 보축의 필요성으로 하천 정비 사업으로 변경됐고, 사업 면적을 무려 14만 여 m2까지 확대하여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 사업을 이관했다”고 짚었다.
이어 “변경된 사업 구간은 야생생물 보호지역 등이 대거 포함돼 환경영향평가가 새롭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생태적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사업 시행 여부를 재검토 할 수 있다”며 “환경부는 변경된 사업구간을 반영하여 새롭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사업 시행 자체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습지보존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대구지방환경청장과 면담도 진행됐다. 서흥원 대구지방환경청장은 “제가 최근 발령을 받아서 지역 이슈를 파악하는 중이라 현재로선 섣불리 답변을 드리기가 어렵다”며 “여러분들이 우려하시고 주장하는 부분과 자료들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1일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비례)도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가 엉터리로 작성된 사실이 낙동강유역환경청 자체 조사에서 재차 확인됐다”며 “애초 환경영향평가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이를 부실하게 검토한 대구지방환경청 둘 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새로 확인된 법정보호종들이 상당히 많은 만큼 대구지방환경청은 기존 환경영향평가(변경협의)에 대한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열어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법정보호종들의 보금자리이자 천혜의 자연습지를 망치는 묻지마 삽질을 즉각 중단하고 추가적인 실태조사 또한 면밀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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