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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부품업계에서 노동 이슈로 주목할 만한 파란을 일으킨 곳으로 경주의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를 꼽을 수 있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자문한 노조파괴 사업장. 외주화에 반발한 쟁의와 회사의 직장폐쇄. 사측과 대립하는 금속노조 조합원 29명 징계해고. 기업노조 전환(조직형태변경)과 금속노조 와해. 소송 끝에 해고된 금속노조 조합원 복직. 금속노조 부활과 교섭대표노조 지위 획득. 노조파괴 강기봉 전 대표 실형 확정. 급기야 지난 8월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의 기업노조 흡수통합에 이르기까지.
롤러코스터 같은 위기를 겪고 대표노조가 된 발레오만도지회가 기업노조와의 통합 이후 1일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1일 발레오만도지회 임원 경선 결과, 신시연 지회장, 박문환 부지회장, 김환진 사무장 후보가 투표자 385명 중 269표(69.87%)를 얻어 새 지도부로 뽑혔다. 신시연 지회장은 통합 전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장이었으며, 박문환 부지회장 당선인은 통합 전 발레오경주노동조합 위원장이었다.
이들이 금속노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업계의 어려운 상황과 고용불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관철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조직은 금속노조라는 설명이 나온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현장 노동자가 금속노조를 선택하게 된 상황에 대해 당선인인 신시연 지회장은 금속노조의 투쟁으로 인한 성과를 체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기업노조가 대표노조이던 시절 임금, 복지, 수당 등이 전반적으로 삭감됐는데 금속노조는 이를 다시 회복했다는 것이다. 2020년 지회가 교섭대표노조가 되고부터 단체협약 협상력이 증대됐고, 2022년 전면파업 등 쟁의행위 결과, 주야 맞교대제를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키로 하고 수당을 인상하는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
신 당선인은 “노조 통합 전에도 기업노조와 함께 투쟁하고 파업에도 나서면서 함께 투쟁하면 어려운 일도 쟁취할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이게 됐다”며 “공장 매각 이슈와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업계 쇠퇴 상황에서 고용불안 문제도 있어, 노조의 강한 대응도 필요한 상황이 된 배경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 당선인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신 당선인은 “발레오가 대구시에 발레오모빌리티라는 법인을 만들어 728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데, 경주 입장에서는 경주공장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우려도 있다”며 “외투기업이 지자체로부터 세금 혜택 등 특혜를 받은 다음 고용안정이나 재투자 없이 혜택만 보고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신 당선인은 “2010년 경주 발레오에서 정권과 자본에 의해 노조가 파괴되는 신호탄 같은 사례였지만, 13년 만에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로 기업노조 통합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며 “민주노조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지회가 민주노조를 회복하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 전국적으로도 좋은 영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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