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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금호강 팔현습지 일대에 보도교 조성 사업을 두고, 환경단체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생태전문가들까지 나서 생태자원 훼손을 우려했다.
21일 오전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팔현습지 일대 보도교 조성 예정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원점 재검토를 요청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대구 수성구 매호동 ~ 동구 효목동 일원 약 5.5km, 14만 2,867㎡규모로 자전거도로 등이 포함된 산책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3,973m의 제방을 보강 구축하고, 보도교 836m를 포함한 1,585m의 산책로 연결도로를 만든다. 사업비는 보상비를 포함해 약 287억이다.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가 나오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보도교 공법을 강관 거더교에서 아치교 형식으로 바꿔 교각수를 당초 45개에서 6개로 줄이고, 공사 기간을 줄여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어류 이동통로 확보, 모니터링 등을 통해 저감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내달 제방 공사를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 보도교 공사를 계획 중이다. (관련기사=낙동강유역환경청장, “환경 이익 없지만…” 금호강 산책로 추진 논란(‘23.05.30), 금호강 산책로 사업지에서 멸종위기종 ‘담비’ 발견(23.08.08))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수성구청이 계획한 산책로 조성 사업이 확대되면서 부산국토관리청으로 넘어갔다가 물 관리 일원화에 따라 현재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환경부가 토건 사업의 주체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구지방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위원회를 열어 엉터리로 수행된 환경영향평가를 바로 잡고, 팔현습지에 대한 면밀한 생태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며 “생태자원과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는 환경부 스스로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과 채병수 담수생태연수소 박사, 임봉희 꾸룩새연구소 부소장 등 생태전문가들이 함께 나서 팔현습지 일대의 생태학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상훈 소장은 “대구에서 하천 수변에 삵, 수달, 담비가 공존하는 자연 서식 지역은 금호강 팔현습지가 거의 유일하다”며 “금호강 수변구역의 마지막 남은 자연 피난처로 수달은 수변 환경, 삵은 수변 자연성, 담비는 수변 지질구조와 산지의 생태적 연결을 상징하는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야생동물로, 건강한 습지 생태계를 상징한다”고 짚었다.
채병수 박사는 “얼룩새코미꾸리, 돌마자와 같은 저서성 어류들은 하천 바닥 구조가 온전히 보존될 때 살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 하천공사 관행을 보면 하천 바닥까지 긁어버리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류 서식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봉희 부소장은 “절벽 가까이 건설하는 보도교는 앞이 탁 트인 둥지를 선호하는 수리부엉이의 번식 조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고, 보도교의 불빛과 사람들의 소음공해로 야행성 조류의 번식 및 생태환경에 매우 위태롭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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