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공정한 업무 수행 지장’ 비공개했는데···홍준표와 법제처는 공개

대구경실련, 대구퀴어축제 도로점용 법제처 유권해석 관련 정보공개요청
대구시 비공개 결정···“시장은 핵심 내용 공개, 정보공개행정 퇴행 사례”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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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 정보공개 제도 퇴행 사례가 추가됐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은 대구시에 ‘집회신고 및 도로점용과 관련해 대구시가 법제처에 의뢰한 유권해석 요청서 및 법제처 회신’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대구시가 ‘예상대로’ 비공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경실련이 공개 요청한 정보의 주요 내용은 이미 홍준표 시장과 법제처가 각각 SNS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내용이다.

4일 대구경실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퀴어문화축제와 관련해 대구시가 법제처에 보낸 유권해석 요청서와 법제처 회신 비공개는 대구경실련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홍준표 시장 체제의 대구시 정보공개행정의 퇴행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대구경실련은 지난달 20일 해당 정보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대구시는 지난 2일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 5호를 근거로 비공개했다. 4호는 진행 중인 재판이나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되면 직무수행에 곤란을 줄 경우, 5호는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어 공개될 경우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경우에 비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대구경실련은 앞선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시가 이같은 이유로 비공개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이들은 법제처 유권해석 회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SNS에 밝힌 홍 시장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면서 “대구경실련 정보공개청구를 대구시는 비공개 결정 통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비공개 사유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4호일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시는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이 된다며 관련 정보를 비공개했지만, 해당 정보들의 핵심 내용은 이미 홍 시장과 법제처가 공개했다. 대구경실련도 “유권해석 요청서와 법제처 회신 내용은 홍 시장의 SNS와 법제처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핵심적인 내용이 모두 공개되어 있는 정보”라고 꼬집었다.

▲지난 6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퀴어축제가 열리는 반월당네거리 인근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나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홍 시장은 SNS를 통해 “퀴어축제와 관련해 유권해석 의뢰한 법제처 회신이 어제 도착했다”며 “법제처는 집회신고가 되더라도 도로점용 허가권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 경찰서장의 권한과 지자체 권한이 병존한다고 유권해석을 했고, 최근 대구경찰청의 집회신고 회신에도 퀴어축제 때와는 달리 도로에 천막 등 구조물 설치는 해당 관청 허가를 받으라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홍준표 유권해석 받았다더니···법제처 “사실 아냐, 반려”(‘23.7.24))

법제처도 같은 날 곧장 설명자료를 내고 홍 시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바로 잡았다. 법제처는 대구시 법령해석 요청은 요건 불비 사유로 반려했고, “집회에 부수해 준비되는 물건에 의한 도로점용은 집회의 자유 범위 내에 해당하는 행위이지만 불필요한 물건이거나 공공 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물건에 대해서는 도로점용 허가가 필요해, 장소 기간 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구시 요청서에는 도로점용허가 대상인 공작물, 물건 등의 설치 여부 등에 언급이 없었다”며 “이가 문제되는 경우라도 구체적 개별적 상황을 고려해 판단해야 하므로 법령해석 요청을 반려했다. 주요 도로에서 집회신고된 모든 경우에 별도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구경실련은 “홍준표 시장의 독단, 불통 이미지와 법령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정보공개법의 한계를 악용한 것”이라며 “대구시민의 시정에 대한 알 권리 실현에 대한 의지와 인내력을 실험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