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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의 채무감축이 2.18 지하철 참사 지원 예산에도 손을 댔다. 대구시는 올해 본예산으로 2.18안전문화재단 사업지원 예산으로 1억 3,500만 원을 편성했지만 지난달 1차 추경에서 전액 삭감했다. 대구시는 재단의 전년도 보조금 집행률 등을 삭감 근거로 내세웠지만, 대구시 채무감축 기조와 지난 2월 홍 시장의 지하철 참사 정쟁화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6년 대구시는 지하철 참사 성금 113억 원 등을 활용해 2.18안전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국민안전처(2017년 행정안전부 통합)에 설립 등록을 했고, 대구시는 재단 운영 지원을 위해 5년 동안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단이 성금을 기반으로 만들어지지만 성금 중 100억 원은 기본재산으로 유지하고, 인건비 같은 일반경상비는 100억 원에 대한 이자로 충당했기 때문에 목적 사업을 하는데 예산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1억 원을 지원하기 시작해서, 2017, 2018년 각 1억 5,000만 원, 2019년 2억 원을 지원했다. 2020년에도 2억 원을 본예산에 반영했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삭감됐다. 2021년 1억 원, 지난해도 1억 5,000만 원을 지원하면서, 계획한 10억 원 중 85%인 8억 5,000만 원이 지원됐다.
대구시는 올해도 1억 3,500만 원을 지원하기로 본예산에 반영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1억 5,000만 원이 지원되어야 하겠지만, 채무감축 기조에 따른 일괄적인 보조금 감축에서 재단도 예외는 되지 못했다. 재단은 지난 3, 4월경 보조금 지급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공개 포털을 통해 보면 지난 4월 27일 대구시가 재단의 보조금 지급 요청에 회신한 내역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고, 전액 삭감을 결정한 셈이다.
대구시 사회재난과 관계자는 “우리 시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단의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50%도 안된다”며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하고, 기존 보조금 단체도 예산 효율화 차원에서 노력을 하는 중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집행이 50%도 안 되고, 재단 자체 예산도 있어서 그것만으로 충분히 운영 가능하지 않겠나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무감축에 따른 재정건전성 확보 기조는 홍 시장 취임 후 줄곧 이어져 와서, 당초 본예산에 반영한 예산을 추경으로 전액 삭감한 배경은 다른 데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대구시 사회재난과는 전년도 집행률이 5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한 이유로 설명했지만, 실제 대구시 지난해 결산서를 확인해보면 지난해 재단 보조금 1억 5,000만 원은 전액 집행된 것으로 정산됐다. 2016년부터 보조금 결산 내역을 보면, 매해 90% 이상 예산이 사용됐다.
사회재난과 관계자는 “결산서상 집행이 다 됐다는 것은 대구시가 보조금 단체에 모든 지원금을 지원했다는 의미”라며 “올해 초 보조금 반납 받은 금액이 8,000만 원 정도여서 실제로 집행되어서 집행률은 46.9% 가량”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해 전액 삭감분을 끝으로 재단에 대한 지원도 종료할 예정이다.
홍 시장은 지난 2월 지하철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추모행사를 정쟁화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추모행사의 ‘순수성’에 시비를 걸었고, 재단이 주최한 추모행사에도 불참했다. 홍 시장을 대신해 참석하기로한 행정부시장도 추모식 전날 불참을 통보했고, 대구시 공식 추도사도 빠졌다. 홍 시장은 추모제 참석 대신 중앙로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서 별도 헌화했고, 추모제 이후 열린 간부회의에선 재단이 목적대로 운영되는지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관련기사=홍준표, 2.18안전문화재단 보조금도 들여다보나?(‘23.2.20),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식···홍준표 불참, 대구시 추도사도 빠져(‘23.2.18), 임기 1년 안 된 홍준표, 20년 쌓인 지하철참사 추모 역사에 ‘정쟁화 시도’(‘23.2.16))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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