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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의회가 24일부터 28일까지 임시회를 열어 배태숙 중구의원(국민의힘, 비례)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 배 의원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유령회사를 내세워 구청과 수의계약을 한 일이 드러났다. 중구의회는 27일 윤리특위에서 징계 수위를 논의하고, 28일 최종 확정한다. 시민단체는 배 의원의 자진사퇴나 제명을 촉구했다. (관련기사=배태숙 대구 중구의원, 유령회사 내세워 구청과 수의계약 들통(‘23.07.20.))
24일 중구의회는 제290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임시회 회기 결정에 관한 건, 윤리특별위원회 활동을 위한 회의에 관한 건을 통과시켰다. 27일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배태숙 의원 징계의 건’을 논의한 뒤 28일 본회의에서 해당 건을 상정해 징계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이날 본회의는 개회부터 폐회까지 6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회의 도중 김효린 의원(국민의힘, 성내2·3·대신·남산2·3·4동)이 두 차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으나 김오성 의장(국민의힘, 성내2·성내3·대신·남산2·남산3·남산4동)은 의장 직권으로 발언을 막았다. 김 의장은 “오늘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린다”, “윤리특별위원회와 관련된 내용인 것 같은데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발언해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임시회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고 발언하려 했다. 지금까지 회기 일정은 모두 의원 간 간담회를 통해 결정했는데, 이번엔 의장이 독단적으로 통보했다”며 “징계 당사자가 소명 자료를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고, 동료의원 징계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할 시간도 부족하다.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관계 공무원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하다못해 자료를 요청할 시 담당부서가 정리해서 넘겨주는 데에만 3~4일이 걸린다.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말했다.
조례에 따르면 의장은 구청장이나 재적의원의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 중구의회 사무과 관계자는 “19일 감사보고서가 왔고, 의장 포함 의원 3명의 서명을 받아 임시회 공고가 이뤄졌다. 20일에 의회 홈페이지에 임시회 공고문이 올라갔고, 3일 이상 공고됐으니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회의가 빠르게 잡힌 것에 대해선 “(김효린 의원이 얘기한) 간담회는 관행적으로 진행해 온 것이며, 규정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이번엔 시기상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외부 위원을 모집하려면 휴가철 등이 걸리므로 시기상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오성 의장은 “(김효린 의원의 발언을 막은 것은)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되는 내용일 거라 봤다”며 “감사원 보고서가 나왔기 때문에 그걸 토대로 논의하지, 없는 내용을 덧붙여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는 배 의원의 자진사퇴와 제명을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 배태숙 의원은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고, 받은 돈 전액을 반납하라. 그렇지 않으면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촉구했고,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24일 “배 의원의 유령업체를 통한 중구청 등과의 수의계약은 심각한 수준의 비리”라며 “만일 중구의회가 배 의원을 제명하지 않는다면 이는 의회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명 등의 의회에서 처벌 수위와 상관없이 경찰이 수사를 통해 배 의원의 불법 사실을 확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로 재산상 이득을 취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과태료 처분 대상도 될 수 있다. 법 28조에 따르면 수의계약 체결 제한 대상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 및 유도 묵인을 한 공직자는 3,0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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