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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연맹 가입을 이유로 민간인이 학살당한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에서 빨치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인 박사리 사건까지. 해방 이후 분열과 혼란에 빠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겪은 경산에서 빨치산 아버지의 삶과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가 북콘서트가 열렸다.
20일 오후 4시 경산 한 식당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가가 북콘서트를 열었다. 북콘서트는 책이 나오기까지 과정과 작중 인물로 나오는 아버지 ‘고상욱’과 이 인물에 영향을 미친 정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정 작가는 아버지에 대해 “제 아버지는 빨치산이었으나 전향했다. 그것에 일말의 부끄러움이 없었다. 담장 안에서 순결을 지키는 것보다 바깥세상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사회주의 이념을 주장했다기보다 사람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편견 없는 평등주의자였다. 아버지의 개성 덕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아버지 장례식에 찾는 아버지 지인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10여 명에 달하는 지인이 등장해 저마다 아버지와 인연을 털어놓고, 그러면서 ‘편견 없는 평등주의자’로서 민중을 만난 아버지의 모습이 지인들의 입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성된다. 동시에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인들의 모습 또한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 때문에 격정의 시대를 견뎌낸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따뜻하게 조명된다.
정 작가는 “구례에 와서 지내는 동안 만난 사람들 덕분에 장편도 쓰게 됐다. 구례는 사람을 전면적으로 보게 한다”며 “빨치산의 딸로 살아온 한계가 습관으로 남아있었다. 엄마가 빨갱이라고 셋방에서 쫓겨난 적이 있고, 친척 집에 갔더니 문을 안 열어준 적도 있다. 하지만 구례에서는 빨갱이 딸이라고 배척하지 않고 더 살갑게 대해줬다. 내 안에 쌓은 벽이 무너졌다. 구례에서 만난 온몸으로 자기 삶을 살아온 분들의 건강성과 유머, 대중성 덕분에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차기 작품 계획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한 불평등과 사회 문제에 관심 갖고 쓸 것”이라면서도 “아직 내 자아를 소설에서 드러내 본 적은 없다. 드러낼 게 무궁무진하다”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북콘서트를 주최한 최승호 경산신문 대표는 “경산은 1949년 빨치산에 의해 38명이 하룻밤에 몰살당한 곳이며, 1950년 코발트 광산에서 보도연맹원과 형무소 수용자 총 3,500여 명이 학살당한 아픔이 있는 곳”이라며 “좌익과 우익에 의한 아픔을 모두 가진 이곳에서는 남은 피해자들끼리 화해와 화합을 모색하고 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담긴 이야기도 이 지역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북콘서트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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