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王국 1년] 2-2. 4조 5,227억 원 투자유치!? 보도자료 다시 쓰기

② 홍준표발, '폭발적'인 경제성장(?)
부풀려진 성과? 내실 따져보니
‘이미 계획돼 있던 투자’, ‘진전없는 투자’도

17:38
Voiced by Amazon Polly

[준표왕국 1년] 지난달 22일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대구 경제지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홍보했다. 홍준표 시장 본인도 지난 4일 직접 나서 지난 1년 동안 대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정말, 대구의 경제는 역대급으로 성장했는가? 대구시와 홍 시장이 내놓은 홍보 자료를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성장에도 물음표가 따라붙지만, 이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홍 시장의 공인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달 22일, 홍준표 시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대구시는 ‘민선 8기 1주년, 대구 경제지표 역대 최고치 기록’이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 브리핑까지 열었다. 보도자료의 부제는 ‘1년간 21개 사 4조 5,227억 원 투자유치, 과거 10년의 성과를 1년 만에 이뤄내’다. 1년 만에 10년치의 투자 성과를 이뤄냈다는 홍보였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투자 규모가 부풀려지거나 협약 전부터 예정된 투자도 확인된다. 허수를 빼면, 실제 투자유치는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부풀려진 성과? 내실 따져보니

“투자유치가 된 것이 아니라 계획된 것인데, 부풀려서 경제 효과를 발표하는 게 아닌가 싶다. 명확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지난달 22일 경제 성과를 알리는 기자 브리핑 현장에서도 대구시가 내놓은 투자유치 성과에 대한 의문은 제기됐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은 의문을 두고, “투자유치를 추가로 말씀드린 이유는 앞으로의 대구 경제도, 상당히 전망이 밝다는 취지로 말씀드리려는 것”이라고 ‘장미빛 미래’로 응답했다.

4조 원이 넘는 ‘장미빛 미래’는 그대로 현실이 될까? 대구시가 내놓은 21개사 4조 5,227억 원 투자 유치는 현재 기준으론 규모가 부풀려졌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투자를 약속하는 협약은 체결되었지만, 체결 후 대내외적 상황에 따라 투자가 취소되는 경우도 적진 않다. <뉴스민>이 지난해 11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민선 7기 4년 간의 기업 투자 현황을 확인했을 때, 전체 투자규모의 5% 가량은 약속한 투자를 포기한 상태로 확인됐고, 실제 착공 및 준공까지 이뤄진 건 73% 수준에 그쳤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 18일까지 대구시 투자유치 현황. (단위:억 원)

민선 8기 홍 시장의 투자유치도 마찬가지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1건 중 준공된 사례는 2건 556억 원(1.2%) 수준이고, 착공은 6건이다. 착공 6건 중엔 태양광 프로젝트가 포함되어서 금액으로 보면 3조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한화자산운용이 아직 3조 원 펀드를 조성하지 않았고, 현재로선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 다른 투자 사례와 ‘착공’의 의미를 다르게 짚을 필요가 있다.

대구시는 한화자산운용가 3조 원의 자금을 조성해 대구 산업단지 내 기업 신청을 받아서 1.5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구시 계획대로면 단지 내 기업 중 7,000여 개가 참여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의향을 밝힌 기업은 262곳이고, 실제 착공한 곳은 대아건재 1곳 뿐이다. 대아건재에 착공하는 태양광 발전 규모는 271KW로, 대구시 목표치의 0.02% 수준이다. 의향을 밝힌 262곳이 모두 설치하더라도 목표치의 4.2%(62.4MW) 수준에 그친다. (관련기사=[준표王국 1년] 2-1. 산업단지 태양광 투자 2025년까지 3조, 가능할까?(‘23.7.10))

한화자산운용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예외로 하면, 대구시의 투자유치 규모는 1조 5,227억 원 수준이다. 이중 착공 5건(태양광 제외), 준공 2건만 보면 실제 기대하는 규모만큼 투자가 이뤄진 건 9,100억 원 수준이 된다. 준공한 기업은 메가젠임플란트(236억 원), 미래첨단소재(320억 원)이고, 착공에 들어간 기업은 발레오(728억 원), 앨엔에프(6,500억 원), 아쿠아웍스(42억 원), 덴티스(401억 원), 구영테크(873억 원) 등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박광범 메가젠임플란트 대표가 지난해 9월 14일 대구 성서5차산업단지에 제2공장을 설립하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대구시)

‘이미 계획돼 있던 투자’, ‘진전없는 투자’도

준공이 완료된 사례 중에선 이미 투자를 계획해 부지 매입까지 마친 상태에서 행정 절차 간소화를 위해 협약을 체결한 사례도 확인된다. 지난해 9월 14일 체결된 메가젠임플란트의 2공장 설립 투자 협약이다. 당시 대구시는 “올해 9월 조기 착공해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메가젠임플란트는 대구시 협약 이전에 2공장 설립을 예정했고, 3월 25일에 이미 공장으로 쓸 폐공장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메가젠임플란트 측은 “(공시에 나온 대로) 부지 매입은 협약 전이다. 폐공장을 허물고 공사를 한 게 아니라 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대수선을 했다. 부지 매입 후 대구시와 논의 중 행정적 절차 간소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돼 협약을 맺은 것”이라며 “완전 새로 지은 게 아니라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본사에 있던 공정이 꽉 차서 일부 장비를 옮기고 신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즉시 실행했기 때문에 올해 초 바로 가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 취임 후 추진한 원스톱기업지원센터의 행정 절차가 해당 기업에 협약을 체결할 유인이 되긴 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투자는 이뤄질 예정이었다는 의미다. 대구시로선 투자 협약 성과를 늘릴 수 있어 좋고, 기업 입장에선 행정 편의를 제공 받아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례인 셈이다.

이밖에 13건은 착공 예정 단계인데, 투자가 기약 없이 미뤄진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대적 홍보로 큰 관심을 끈 이케아 대구점 유치다. 지난해 7월 28일 대구시와 이케아 측은 1,8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었지만 현재까지 부지 계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케아코리아와 대구시 양측은 “상황을 보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이케아 부지 매입 또 한 번 미뤄, 개점 일정 차질 생기나 (‘23.01.02.))

부지 계약을 담당하는 대구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작년 12월까지 (부지 계약을) 한 번 미뤘고, 그 이후엔 무기한으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케아 측 사정으로 미뤄달라고 한 걸로 알고 있다”며 “해당 부지는 일단 빈 상태고, 무기한으로 길어진다면 우리 쪽에서도 다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아직까진 변동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대구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도 “연초 상황에서 변동된 건 없다. 이케아 측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몰론 민선 7기 권영진 시장의 취임 1년과 비교하면 홍 시장의 성과는 적지 않다. 2018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 사이 투자유치 현황은 18개사 5,380억 원이다. 지난해 11월 <뉴스민>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18개사 중 4개사(450억 원)가 투자를 포기했고, 2개사(111억 원)는 투자 협약 후 4년이 지나는 동안 착공을 예정하기만 했다. 홍 시장의 투자 성과 역시 어떤 준공과 착공, 착공 예정과 포기로 기록될지는 4년 뒤를 기다려봐야 할 일이다. (관련기사=홍준표 기업 유치 1조 원 최종 성과는 어떻게 될까?(‘22.11.1))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