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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를 개정해 정책토론 청구 요건을 까다롭게 한 대구시가 청구된 토론을 무더기로 불가 통보하면서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더 분명히 보이고 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은 대구시의 이런 시도를 비판하면서 토론 불가 사유를 분명히 밝힐 것과 청구 토론 개최를 촉구했다. (관련기사=대구시, 정책토론 무더기 불가 통보···제도 유명무실화 우려 현실화(‘23.7.7)
10일 오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동인동 대구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의 무더기 토론 불가 통보를 규탄했다. 이들은 조례 개정을 앞둔 지난 4월 개정 전에 따라 8개 의제로 토론을 청구했다. 이들은 각 의제별로 최소 700~1,200여 명의 시민 서명을 받았다. 2008년 제도 도입 후 이뤄진 21개 토론 평균 서명 인원(494명) 보다 1.5배에서 2.5배 많은 시민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 5일경부터 각 의제 청구 대표자에게 개별적으로 토론 미개최 통지를 알렸다. 대구시는 위기가구 통합지원 토론을 제외한 7개 의제를 모두 미개최 결정했다. 대구시는 미개최 통지한 근거로 정책토론청구 심의위원회 심사 결과를 내세울 뿐, 다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대구시는 토론 청구 심사 과정에서도 서명 시민 일부에게 정책토론청구 동의사실 확인 안내 공문을 보내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대구경실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시가 정책토론청구에 연서명한 시민들에게 보낸 ‘정책토론청구 동의사실 확인 안내’의 핵심 내용은 동의한 사실이 없는 경우 대구시에 연락하라는 것”이라며 “정책토론청구 취지에 동의해 연서명한 시민 입장에선 매우 불쾌하고 황당한 일”이라고 알렸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시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행정이 도가 지나친 수준을 넘어 황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1개의 주제를 제외하고 모두 토론회 미개최를 통보하였다. 문서상 사유는 ‘대구광역시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 6조 3호 및 8조 2항’이라는 이유 아닌 이유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유로 명시한 6조 3호와 8조 2항은 위원회 권한과 회의규칙을 규정한 내용이지 그 자체로 이유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청구인 숫자 기준도 충족했고, 청구 제외 대상 사무조차도 아니라면 청구 내용이 무엇이 문제가 되어 개최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토론청구에 대처하는 대구시 태도를 보면 그저 토론을 하기 싫어서 토론을 거절하는 것 외에는 그 이유를 도저히 추측할 수 없다”며 “더 나아가 대구시가 제대로된 행정기관인지 의심케 한다. 시청의 존재 이유는 민주적 헌법이 부여한 시민 기본권 보장과 주민 복리 증진임에도 홍준표 시장 심기와 시청 편의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구시는 2008년 제도 도입 후 현재까지 청구 토론 중 30%(30건 중 9건)를 미개최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42.1%(38건 중 16건)까지 미개최 비율이 높아졌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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