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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왕국 1년] 지난달 22일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대구 경제지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홍보했다. 홍준표 시장 본인도 지난 4일 직접 나서 지난 1년 동안 대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정말, 대구의 경제는 역대급으로 성장했는가? 대구시와 홍 시장이 내놓은 홍보 자료를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성장에도 물음표가 따라붙지만, 이를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홍 시장의 공인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달 22일 대구시가 민선 8기 1년 동안 경제지표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브리핑에 나섰다. 대구시는 그 배경 중 하나로 지난 1년 동안 대구시가 이룬 투자성과를 꼽았다. 대구시는 1년간 총 21개 기업 4조 5,227억 원을 유치했고, 이는 과거 10년(2012.7~2022.6) 유치실적에 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4조 원이 넘는 투자유치의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3조 규모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일 뿐 아니라 대외적 여건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은 보도자료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는 규모와 상관없이 제대로만 된다면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보급이 화두인 시점에서 대구가 태양광 에너지 보급을 선도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매력적인 도시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사업이 갖는 종합적 의미를 살리기 보단 ‘3조’라는 ‘역대급’ 규모에 집중했고, 그마저도 대구시가 내놓은 기간 동안 달성하는 게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구시가 투자 유치 발표 당시 내놓은 프로젝트 기간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협약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실제 계약은 목표치에 한참 미달이다.
대구시는 3조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이 협약서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화자산운용 등에 따르면 3조 전용펀드 조성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태양광 프로젝트를 위해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SRS는 “올 상반기는 산업단지와 협약을 맺고 설명회를 하며 프로젝트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하반기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업계에선 태양광 산업 자체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대구시가 공언한 기간 내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언과 달리 더딘 진행 상황
목표치 3% 수준만 의향 밝혀
SRS, 1년 후 500MW 유치 목표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이름을 올린 건 전반적인 사업을 총괄 관리할 SRS, 전용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투자할 한화자산운용, 책임시공을 맡을 한화시스템·LS일렉트릭 등 대기업들이다.
간단히 말하면 한화자산운용이 3조 원 규모의 전용펀드를 조성하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대구시 산업단지 지붕 및 유휴부지에 태양광 1.5GW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책임시공은 대기업이, 현장시공은 대구의 지역업체가 맡는다는 계획이다. 참여기업은 공장 지붕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게 되며 전기차 충전기 무상 설치, 노후 경유차를 전기차로 교체 등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구시가 밝힌 투자 효과는 태양광 1.5GW 발전시설 설치, 태양광 보급률 전국 1위, 지역 시공업체 매출 1조 원 증대 등이다. 대구시는 전력자립률과 태양광 보급률 상승,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의 효과를 설명하며, 지역 내 고용유발효과도 2만 8,000명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대규모 태양광 무책임한 국가 운영’이라던 홍준표, 이번엔 “문재인과 달라”(‘22.12.12.))
대구시가 프로젝트 목표로 삼은 발전용량 1.5GW는 대략 원전 1.5기 생산량과 같다. 태양광으로 1MW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1만㎡의 면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1.5GW를 생산하려면 1,500만㎡의 면적이 필요하다. SRS는 목표치인 1.5GW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구 내 산업단지 입주업체의 80%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참여의향서를 제출하면 SRS가 현장실사를 통해 설계가 가능하지 여부를 확인하고 계약, 발전사업 허가를 거쳐 착공에 들어간다. 통상 3MW 이상의 발전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3MW 미만은 대구시 허가가 필요하다.
SRS에 따르면 7월 4일 기준 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총 262개이다. 대구 산업단지 입주업체가 9,700여 곳이고 이중 목표치인 80%는 7,000여 개인 걸 고려하면, 목표치의 3%가량이다. 투자 유치 금액으로 단순 환산하면 900억 원 수준이지만, 현장실사를 완료한 업체는 172개, 설계까지 완료된 업체는 141개에 그친다. 설계가 보류된 업체도 47개 있다. 실제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발전사업 허가 완료 업체는 5개, 이중 착공에 들어간 업체는 1개다.
홍태화 SRS 대표는 협약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의향서를 제출한 262개 업체의 가설계 용량은 62.4MW이다. 참고로 대구시 태양광의 2012년부터 2022년 실적이 170MW이고, 같은 기간 산단 태양광의 실적은 45MW 수준”이라며 적지 않은 성과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아직은 업체들에 홍보가 안 되거나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어 설명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며 “의향서를 받은 이후 상세 설계 및 구조검토, 안전진단이 진행되는데 오래된 건물이 많아 도면이 없다 보니 사람이 실측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비용,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펀드가 빨리 진행돼 자금이 투입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목표기간 3년은 어려울 수 있지만 목표 용량은 가능할 거라 본다. 3년 안에 끝내긴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대구시와) 논의했다”며 “3년 기한을 정한 건 시장님 임기 내 열심히 해보자는 의지도 있다. 1년 후 500MW 정도 모으는 게 목표다. 올 상반기는 준비 단계가 길었으므로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펀드 구성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 중요한 요소이지만, 3조 원 규모의 전용펀드 조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직 펀드 설정엔 조건이 더 필요하다. 올 상반기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이 내려간 것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시장 상황을 봐서 빨리 펀딩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서 저희도 조금 힘든 입장이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도 기한 내 목표한 규모 달성이 쉽지 않은 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업무협약서를 보면 ‘한화자산운용의 투자액 규모는 태양광 설치 물량 및 국내외 자금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펀드 조성 계획 여전히 난항
대외적 상황, 긍정적이지 않아
펀드 조성이 난항을 겪는 건 대외적 분위기 탓도 크다.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은 대구시의 태양광 프로젝트 전반에 주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원전 발전 비중을 높였다. 특히 상반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비리를 전수조사하면서 강도 높은 점검을 진행했고, 반태양광 정책 기조를 펼쳐왔다.
업계에선 신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특히 태양광 산업은 정부 정책이 70%, 금융이 25%를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기술, 지자체의 의지 등 주변 여건은 나머지 5%에 해당할 정도로 영향이 미미하다. 따라서 현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따라 내년 총선 전까진 태양광 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단 전망이 우세하다.
한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정부 정책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고 개선하면 되는데, 해를 넘겨서까지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금감원 조사가 계속되다 보니 태양광 시장 자체가 반토막이 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계에선 내년 총선까진 이 기조로 갈 거라 본다. 특히 투자 시장은 정부 기조를 한발 앞서가니 한화나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정도로 풀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RPS 고정가격계약의 가격 하락 영향도 펀드 조성이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제도는 1년에 2회 고정가격 경쟁입찰자를 선정하고 공급의무자와 발전소 간 공급인증서 거래 계약을 20년간 체결하는 제도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상반기 RPS(장기고정계약) 입찰을 하는데, 이 입찰 가격 자체가 현물 가격보다도 많이 떨어졌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태양광 보급을 늘리는 건 세계적 흐름인데도, 이를 역주행하고 있는 건 우리나라뿐”이라며 “(대구시의 태양광 프로젝트는) 지자체 주도로 산단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는 건 의미가 있으나, 아무리 추진력 강한 시장이더라도 상황의 한계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도 이런 대외적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단지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권금용 대구시 에너지산업과장은 발표문에서 “대구시의 태양광 프로젝트는 사업자의 차별화 전략(인센티브)으로 사업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전국 최초 대규모 사업으로 다양한 장애요인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주도의 법‧제도 정비와 인허가 기간 단축, 국가 차원의 산단 태양광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뉴스민>은 구체적인 대구시의 고민을 들으려 권 과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해 대외적으로 말씀을 안 드리기로 했다. <뉴스민>은 부정적으로 나오기도 해서”라며 “어차피 사업 주체는 한화이고, 대구시가 이러쿵저러쿵 말씀을 드릴 입장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