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폐지 홍준표 시정 퇴행···시민사회, 독립 인권기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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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후 전국 지자체 최초로 단체 산하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인권위원회)를 폐지하자 지역 시민사회에서 독립적 시민인권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인권 행정의 퇴행 조짐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인권 행정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자는 취지다.

20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시민 인권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인권운동연대가 주최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후원했다. 토론회에서는 HIV감염인, 여성,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성소수자, 노동자 인권과 정책 현실에 대해 각계 활동가의 발표가 있었고, 끝으로 대구시의 독립적 인권기구 구성에 대한 제안 발표가 이어졌다.

▲20일 대구 시민 인권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선 대구시의 독립적 인권기구 구성에 대한 제안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홍준표 대구시정에서 인권 행정의 전반적인 후퇴가 관찰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인권위원회를 폐지한 사례부터 시작해,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 문제, 시청사 인근 집회시위 제한, 대구MBC 취재 거부 등 언론 배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대구시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거나 반인권적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립적 시민인권기구를 구성해 지역에서 행정을 감시하고 개입하는 인권거버넌스를 다시 구축해, 대구시의 전반적 시민 인권을 증진하자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소수자 운동이 가장 발달한 곳은 서울 다음이 대구라고 자부하지만, 대구 행정에 대한 개입과 견인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인권이 행정을 통해 구현되는 측면이 있어 인권 행정을 위해 개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립적 시민인권기구를 만들어 대구 행정을 견인하고 강제해야 한다. 분야 마다 의제를 시민인권기구에 모아 지역 운동 역량도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민사회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7~8월 각계 전문가 초청 교육을 거쳐 지역 인권보장체계와 인권 행정 관련 학습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토론과 보고회를 거쳐 올 연말이나 내년초 독립적 시민인권기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는 분야별 인권 현안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HIV감염인 인권 관련 김지영 레드리본인권연대 대표는 HIV감염인이 편견 속에서 여전히 차별에 노출돼 이들의 시민권 확대와 장애 인정, 대구시와 협력 필요성에 대해 알렸다. 박동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대구 장애인 거주시설의 연이은 인권 침해 사례를 통해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강화 필요성을 발표했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대구시가 지역 인권 제도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며 여성정책담당 부서가 홍준표 시정 들어 축소 개편됐고 이에 따른 정책 후퇴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청소년 정책 측면에서도 동일한데, 일움 어린보라 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 상임활동가는 대구시의 관련 부서 축소 개편과 청소년 인권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비판했다.

정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부본부장은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분야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관심과 개입 필요성을 높여야 하는데도 관련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고명숙 이주와가치 대표는 미등록 이주민이 접근할 의료기관이 부족하다며 제2대구의료원 건립 필요성도 제기했다.

끝으로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대구시가 편성한 성소수자 관련 예산이 전혀 없다고 지적하며, 오히려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 반대 등 홍준표 시장이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