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김미련 개인전 ‘안개의 그림자Ⅱ’

"존재와 부재의 공존,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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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부터 봉산문화회관(관장 김현정)이 ‘2023 기억공작소Ⅱ 김미련展 안개의 그림자Ⅱ’를 4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김미련 작가 조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VR 3D 영상과 스캐노그래피 작업 등으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 기간은 내달 9일까지다.

▲김미련 손영득 협업 ‘안개의 그림자’ 영상설치(사진=정용태 기자)

전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작품은 핑크빛 네온으로 꾸민 ‘america’ 조명이다. 고유명사 ‘America’의 대문자 ‘A’를 소문자 ‘a’로 고쳐 보통명사로 만들고, 빛의 점멸로 다양한 뜻을 보여준다.

전시장은 황마 끈을 커튼처럼 내려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두 개의 영역ㅡ가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구분했다.

안쪽은 지난 역사를 살았던 작가 할아버지의 시간과 장소를 경험할 수 있는 VR 영상기기가 놓였다. 애니메이터 손영득 작가와 협업으로 만든 3D 애니메이션 작품인데, VR 체험을 통해 작가 할아버지가 동생을 위해 선택한 월북의 경로를 가상으로 다시 밟을 수 있다.

바깥은 현실의 공간이지만 여전히 역사 속 공간이다. 할아버지가 월북했던 길의 좌표를 따라 식물 생태계를 기록한 스캐노그래피 작업, 남은 할머니들의 힘들었던 시간과 작가의 고향인 안동 내앞마을에서 내려오는 내방가사 “피란가” 등을 담은 영상으로 꾸몄다.

전시장 어느 지점 바닥에는 ‘still here’를 수 놓은 카펫이 놓였는데, 카펫을 밟으니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잔잔하게 들렸다.

▲김미련 작가 (사진=정용태 기자)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동양철학가인 류승완 박사와 협업으로 개인 서사를 기록학적 측면에서 무명의 개인 서사와 역사적 사실과 관계를 조명했으며, 애니메이터 손영득 교수와 협업으로 서사의 초현실적 영상 구현을 통해 시지각적 몰입을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김미련 작가는 “일상의 비가시적인 표면의 속살을 가시화하는 나의 방법은 여러 가지 매체를 활용하면서 기록과 협업의 형태가 주를 이루게 된다. 특히 개인적인 가족의 서사를 통해 안개처럼 뿌옇게 실체가 묘연하면서도 무겁게 드리워진 불안의 정서와 무의식의 세계를 VR영상을 통해 탐험하고 엿보며 심리적 공감 혹은 다른 감정 또는 질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10: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