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 5월, 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1980년 5월 14일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등 대학생들은 시내로 모여 전두환 신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기억을 대구시민들도 간직하고 있었다.
2.28공원 주변에 전시된 36년 전 대구의 민주화 운동 사진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이때 대명동 앞 계명대는 난리도 아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대구 50사단 헌병 하사관으로 대구경북계엄분소 교도소 관리를 했던 최충열 씨는 “교도소에 계명대, 경북대, 영남대 학생들 63명이 있었다. 교수님도 1~2명 있었다”며 “교도소 방이 6개밖에 없었는데 거기 63명을 나눠서 수용했고, 서로 말도 못 붙이게 했다”고 엄혹했던 36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18일 오후 7시, 시민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5.18민중항쟁 36주년 기념식 및 정신계승 문화제’가 5.18구속부상자회대구지부와 5.18민중항쟁36주기념및정신계승대구경북행사위원회가 주최로 열렸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5.18민중항쟁36주년행사위원회가 행사를 후원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수성갑 당선자는 “5.18 36주년을 기념합니다”라고 적힌 화환을 보냈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민주화 열사를 기리는 묵념으로 기념식을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80년 광주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시 전국에서 그리고 대구에서 일어난 민주화 투쟁을 기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상술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장은 박근혜 정부를 향해 “세월호 진상 규명 방해, 합법 전교조 해산, 민주노총 지도부 구속, 물대포로 선량한 농민 뇌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반민주 폭거를 저질렀다”며 “어디 이뿐인가. 친일 독재 합리화하는 역사 교과서, 민족 자존심을 팔아 넘긴 일본군 ‘위안부’ 협상, 개성공단 폐쇄 등 반민족, 반평화, 반통일 정세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4.13 총선으로 박근혜 정권을 심판했다”며 “우리는 더욱 5월 민주정신으로 무장해 박근혜 정권의 유신회귀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교과서’를 활용해 수업한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대구 호산고등학교 강성규 교사도 참석했다. 그는 “국가는 광주에서 누가 발포 명령을 했는지, 세월호가 왜 가라앉았는지 등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막고 있다”며 “36년 전 광주와 오늘이 참 비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