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의 다시보기] 5월 5일 11R 대구FC vs 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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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는 5일(금) 오후 2시 DGB대구은행파크로 울산 현대를 불렀다. 홈에서 리그 1위 팀을 상대하는 버거운 일전은 진작 예상됐다.

아침부터 내리던 봄비는 경기 시간에 맞춰 잦아들었다. 가득 찬 원정 응원석에선 ‘울산 현대’를 외치는 연호가 일찍부터 끊기지 않았다. 그라운드 밖 방송스테이지도 평소보다 많은 듯했다.

“대구여 승리하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힘찬 멘트와 함께 선수들이 입장했다. 고재현의 100경기 출장 퍼포먼스가 식전 행사로 진행됐다. 홈팬의 환호와 원정 팬의 야유인 듯 환호인 듯한 저음 함성이 아나운서 멘트를 덮었다.

어린이날을 기념한 교육감의 시축과 함께 킥오프 됐다. 조진우, 홍정운, 김진혁의 쓰리백은 변함없었다. 1분 만에 고재현이 골에어리어 정면으로 침투했지만 미끄러운 그라운드에 적응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김영권, 김기희를 센터백으로 설영우, 이명재를 풀백에 배치한 공격적인 포백으로 응수했다.

5분경 고재현이 중원부터 치고 달렸다.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바셀루스를 겨냥했지만 물기를 머금은 잔디로 볼의 속도가 평소와 달랐다. 9분 바셀루스의 치고 달리기에 당황한 설영우가 파울로 차단했다. 프리킥으로 문전으로 배달된 볼을 에드가와 바셀루스가 호흡을 맞췄지만 골을 노리기엔 함께한 세월이 부족했다.

시작 전 편치 않던 마음이 수그러들던 12분경 빠르고 젊은 신예 공격수 황재환의 침투를 허용했다. 이른 실점에도 최원권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윙백까지 후진시킨 파이브백으로 뒷문을 단단히 하고 상대의 빈틈을 엿봤다. 홈팬들도 한 골 차이는 개의치 않았다. 고재현도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마당발을 과시했다.

24분 마틴과 김진혁이 강하게 충돌했다. 신경전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자기 선수들을 자제시켰다. 대구는 선제 실점을 허용했지만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았다. 동점골만 터진다면 충분히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38분 바코에게 중앙 돌파를 허용했다. 골임을 직감했다. 얄밉게도 놓치지 않았다. 울산이 2골 차로 달아났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3분 만에 추가골을 허용했다. 3-0이 됐다. 황재환이었다. 젊은 피에게 허용한 멀티골이라 상처가 깊었다.

원정팬의 연호는 높아졌고 우리 진영의 콜 소리와 패스 정확도는 더 낮아졌다. 간혹 소유권을 확보한 볼도 쉽게 상대에게 넘어갔다. 승리 요건 중 하나인 볼의 장기 소유는 두 선수를 넘기지 못했다. 홈팬의 긴 탄식이 이어졌다. 역전을 기대하기엔 전력 차가 완연했다. 후반전을 기대하기엔 벤치 멤버들의 중량감 또한 부족했다. 부상 때문에 본부석에 자리한 세징야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후반 시작하면서 이용래와 바셀루스를 쉬게 하고 이근호와 박세진을 투입했다. 홈팬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최 감독의 독려 탓인지 선수들도 선제 실점은 염두에 두지 않고 우리 방식의 경기를 운영했다. 대구의 주 무기인 속공을 익히 알고 있는 울산도 막무가내식 공격은 지양했다.

최원권 감독은 이진용과 케이타 대신 홍철과 세라토를 10분 간격으로 투입하여 추격골을 노렸다. 홍명보 감독도 김민혁, 주민규, 조현택, 이청용, 루빅손을 차례로 투입하며 주중 경기에 대비했다.

승부는 전반에 결정되었다. 후반에 임하는 양 팀 감독은 팀이 처한 환경에서 적절한 저비용 고효율 방식을 선택했다. 잘 짜인 그물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울산을 상대하기엔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했다. 자신감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전술을 기대하기도 무리였다. 이어지는 주중(9일) 경기 상대는 포항이다. 원정 개막전 역전패의 아쉬움을 돌려줄 차례가 되었다. 홈팬들 앞에서 연패를 당할 수 없는 최원권 감독이 4일 동안 선수들을 어떻게 독려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