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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도 MBC를 향한 칼(?)을 빼들었다. 대구시는 대구MBC <시사톡톡>의 신공항특별법 관련 방송을 문제삼아 대구MBC의 상응한 조치가 없으면 모든 취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논란 이후 이뤄진 대통령실의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가 오버랩되는 조치다. 2일부터 대구시는 MBC에 보도자료 제공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30일 대구MBC는 <시사톡톡>을 통해 TK신공항특별법이 홍준표 시장이 천명한 실질적 중추공항 건설을 담보할 수 있는지, 국비 예산은 얼마나 확보 가능한지 등을 점검했다. <시사톡톡>은 ▲3.8km 활주로를 담보하려던 법 조항, 중추공항 표현이 빠진 점 ▲100% 국비 지원이 담보되지 않고, 변수가 생긴 점 등을 짚으면서 홍 시장이 그간 천명한 대로 공항 사업이 추진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패널로 출연한 이태우 대구MBC 기자는 “당초 약속한 활주로 길이나 중추공항 문제 등이 부산 국회의원의 반발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며 “대구시가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물밑 작업을 통해 이런 문제를 풀 동안 부산은 가만히 있을까. 광주는 어떻겠나. 대구시 말대로 되면 좋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방송 다음 날 홍 시장은 SNS를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1일 오전 홍 시장은 “대구MBC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폄훼하고 오도하는 프로를 방영하는 것을 보고 참 놀라웠다”며 “이번 보도는 악의에 가득찬 편파·왜곡 보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참지 않고 대응할 생각이다. 시민에게 별로 영향력 없는 방송이지만 그래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겠다. 취재의 자유가 있으면 편파·왜곡 방송에 대해선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고 대구MBC 취재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같은 날 오후 대구시는 공보관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대구MBC 방송에 항의했다. 대구시는 활주로 문제는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에 반영하도록 협의 중이고, 국비 지원은 정부와 국회도 동의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홍 시장이 특별법 제정 이후 열린 보고회에서 언급한 발언을 취지와 달리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대구시는 “국민 알권리 보호 측면에서 대구MBC 보도에 대해 그동안 무대응 원칙을 유지해왔으나 신공항 편파 보도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신공항에 대한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과 노력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공항 왜곡·편파 보도에 대해 대구MBC가 즉각 공식사과하고 500만 시·도민이 수긍할만한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대구시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대구시는 대구MBC가 요청하는 일체의 취재를 거부할 것이며, 일체의 취재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조치가 알려지자 지역 정치권은 대구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홍 시장 대응은 감정이 섞여 판단이 떨어지고 선후가 바뀌었다”며 “2023년에 취재 거부라, 이게 보도지침이 아니고 뭔가”라며 힐난했고, 정의당 대구시당도 “방송 내용에 왜곡과 폄하가 있다면 토론하고 논쟁하면 될 일”이라며 “그 대응이 취재거부의 자유도 있다라니,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홍 시장은 자신의 취재 거부 전력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가 이뤄진 후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며 “경남지사 시절 편향·왜곡 방송을 하던 경남MBC를 1년 이상 도청 기자실 부스를 빼 버리고 취재 거부를 한 일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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