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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 인수위 단계부터 보건의료 정책 부서를 해체하고 시민안전실 산하 조직으로 분산 배치했던 대구시가 감염병관리과 폐지 등 조직 축소 개편을 추진해 논란이다. 지난 2020년 대구시는 감염병 대응과 보건의료 정책 강화 필요성에 따라 시민건강국을 만들었지만, 코로나19가 소강국면에 들면서 사실상 ‘토사구팽’하는 모습이다.
28일 우리복지시민연합(복지연합)은 성명을 내고 “감염병 위기대응과 시민 건강증진을 위해 2020년 신설한 시민건강국이 홍준표 대구시장 들어와 시민안전실로 흡수되더니 곧 복지국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한다”며 “대구시는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조직 개편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민>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5월 대구시는 시민안전실로 분산 배치한 보건의료 부서를 복지국으로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대구광역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와 시행규칙을 4월 중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4과 체제였던 보건의료 정책 부서 감염병관리과를 폐지한 3과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코로나19 대응으로 축적된 감염병 대응 노하우가 사라질 것이란 걱정도 덧붙는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이후 만들어진 시민건강국
홍준표 취임과 함께 해체→시민안전실로 흡수
늘어난 인력과 예산, 복지국으로 흡수·축소하나?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집중 유행하면서 대구시는 반복되는 감염병 대응 등 보건의료 정책 역량 강화 필요성에 따라 부서를 확대했다. 애초 보건과 복지 업무를 함께 하는 보건복지국으로 편제된 것을 시민건강국으로 독립시키면서 규모와 예산 모두 늘렸다.
2020년 2월 보건복지국 시절에는 복지국 산하 6개 과 중 보건건강과와 위생정책과가 보건의료 업무를 전담했다. 보건건강과는 정원 30명(실인원 28명)이 의료관리, 건강증진, 감염병 관리까지 망라했다. 위생정책과를 포함한 정원은 모두 45명으로 복지국 전체 정원 126명의 35.7% 수준이었다. 예산 역시 보건건강과 1,770억 원, 위생정책과 48억 원 등 1,818억여 원에 그쳤다. 복지국 전체 예산이 1조 9,383억 원에 달한 것에 비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민건강국으로 확대된 후에는 규모도 예산도 늘었다. 2022년 2월 기준으로 시민건강국은 보건의료정책과, 건강증진과, 감염병관리과, 위생정책과 등 4개 과로 운영됐고, 정원은 65명까지 늘었다. 보건의료정책과와 감염병관리과에 정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배치하면서 실근무자는 73명이었다. 예산도 2,829억여 원으로 복지국 시절보다 1,000억 원 가량 늘었다.
홍 시장 취임과 함께 시민건강국이 해체되면서 보건의료 정책 약화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시 인수위는 시민안전실로 흡수 통합하면서 시민 건강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상길 당시 인수위원장은 “시민 안전을 총괄하는 2급 부서인 시민안전실과 통합하고 보건의료정책관을 3급으로 승격해서 공중보건의료에 대한 종합 총괄 기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시는 기존 부서 규모나 예산에 큰 손질을 하지 않아 우려를 불식시키긴 했다. 기존 시민건강국장을 보건의료정책관으로 보임하면서 보건의료 정책 총괄 역할을 맡겼고, 4개 과도 그대로 유지해서 4개 과 정원 합계는 68명으로 늘었다. 예산은 올해 기준으로 소폭 감소(2,829억 원→2,505억 원)했지만, 감소액의 많은 부분이 코로나19 소강에 따른 감염병 대응 예산이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은 3과 체제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기존 부서 중 감염병관리과는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에 접어든 만큼 규모를 줄여 팀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김진혁 대구시 정책기획관은 “역학조사관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이는 대신 남은 인원을 보건복지부가 강조하는 공공의료, 필수의료 전담으로 전환해 강화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이전보다는 강화된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어서, 약화될 것이란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연합은 “보건의료 부서가 복지국으로 통합되면 만 3년도 안 되어 코로나19 이전의 보건복지국으로 회귀하게 된다”며 “현재 4개 과는 복지국으로 통합될 때 축소가 불가피하다.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축소, 약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보건의료 조직 축소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 개편이 현실화되면 시민 건강권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개편이 이뤄지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 역할을 한 보건의료 관련 공무원 사기 저하는 물론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축소, 약화를 불러올 것이 뻔하다”며 “개편 방향을 종합하면 감염병관리과는 없어지고 기능과 역할을 축소될 예정이다. 앞으로 닥칠 신종 감염병 대응 등 공중보건학적 위기대응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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