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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 문제는 예멘·아프가니스탄 난민 사건과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슬람 혐오 사건이 됐다. 북구(구청장 배광식)의 사원 건축 중단 조치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수년간 해결되지 않고 여러 갈등을 빚고 있어, 행정·문화·생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과제를 남기고 있다. 22일 국제인종차별철폐의날을 맞아 이슬람 사원 갈등을 매개로 우리 사회를 톺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오후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갈등을 통해 본 인종차별의 현재와 과제’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자로는 육주원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나서 이슬람 사원 문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를 성찰하고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한 성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육 교수는 경북대의 적극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 등 이슬람 문화권 유학생들이 지금의 경북대 서문 지역(대현동)에 모여 살게 되는 과정, 지금 위치에 사원 건축이 추진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사원 건축 초기 행정당국의 방기 탓에 갈등이 심화된 상황도 짚었다. 결국 대현동 주민들이 사원 앞에 돼지머리를 게시하거나 돼지수육을 시식하는 심화된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됐다.
육 교수는 갈등이 지금처럼 심화된 배경에는 어느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의 문제로 인종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적 배경으로는 미국 9·11테러 이후 확산하는 이슬람 혐오 분위기가 꼽힌다. 국내적 배경으로는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이 이주민 송입국이 되는 과정에서 유입되는 이주민, 특히 이슬람 문화권 이주민에 대해 인종적 시각으로 위계화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적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낙후 지역인 대현동 주민이 겪은 다양한 사회적 배제나 차별이 이슬람 사원 건설을 계기로 불만으로 표출되는 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육 교수는 “소위 ‘인종’이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종주의를 통해 구성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는 ‘인종’ 간 지배 논리로 작동했다”며 “인종 문제가 등장할 계기가 없었던 한국은 서구 사회에서 인종주의를 수입했고, 한국 사회 요소와 결합해 한국적 인종주의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원 인근 현수막 내용은 인종주의적 본질화, 공포와 불안 호소, 국민 우선성, 선주민의 약자성 부각 등으로 분류된다”며 “예를 들어 무슬림 유학생더러 ‘국민이 우선’이라고 하는 논리에는 ‘시민권’이 등장하고, ‘국민이 역차별받는다’는 주장에는 ‘선주민의 약자성’ 논리가 담겨 있는데, 이는 인종주의라는 본질적 문제를 은폐하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육 교수는 “이 문제를 인종주의라고 분석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인종주의자라고 지적하거나 규범화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종주의의 영향을 받으며, 여기에서 우리도 자유롭지 않다”며 “이 사건에서 보이는 인종주의를 성찰해,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사회가 더 성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