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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우리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상황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특별하거나 무언가 잘못을 크게 해서 이런 자리에 서게 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여기 계신 기자님들, 그리고 지나다가 기자회견을 보는 분들께 여쭙고 싶어요. 여러분은 과연 우리처럼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으실까요. 악담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도 일상생활에서 언제, 어떻게,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되실지, 저희 같은 처지에 처하게 되실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인현동화재참사유가족협의회, 가습기살균제참사범단체, 태안해병대사설캠프참사유가족협의회,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원회.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여러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 부대표는 울음 섞인 발언을 마치며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시라”고 말했다.
17일,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가)로 함께 하는 모임을 준비하는 이들은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를 맞아 대구로 와 지하철 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했다. 첫 일정으로 중앙로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참사의 진상규명과 온전한 희생자 추모사업 등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이창현 씨를 잃은 최순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서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마음껏 그리워하며 피해를 입은 유가족으로서 마음껏 추모하며 살고 싶다”며 “2.18대구지하철참사로 시작된 팔공산 추모공원이 왜 추모공원으로 불리지 못하고, 대구시가 제안한 수목장이 왜 불법암매장으로 오해받아야 되느냐, 위령비로 세워진 추모탑이 왜 안전상징조형물로 불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최 부서장은 “대구시와 2.18재단은 이를 바로잡아주시라. 억울하게 떠난 참사 희생자들을 떳떳하게 추모하게 대구지하철참사가 남긴 교훈을 널리 알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에 힘써주시라”고 덧붙였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은 이들의 모임을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딱지 붙인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판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홍, 이제와서 정쟁의 도구로, 불순하다고? 시민안전테마파크 대구시가 만들었냐? 무식하고 아는 것 없으면 그 더러운 주둥이를 닫아라’고 쓴 팻말을 엮어 목에 걸었다.
윤 위원장은 “주먹으로 때리면 몸에 멍이 들고 육신이 아프지만 말과 글로 때리면 마음에 멍이 들고 영혼이 아프단 말을 홍준표 시장 SNS를 본 어느 분이 제게 해줬다”며 “홍 시장이 2월 15일 밤 SNS에 올린 글은 홍 시장의 편향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듯 해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시민단체, 참사 유족, 노조가 참여하는 것이 정쟁의 도구와 정파적 활용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빠짐없이 참석했고, 전직 대구시장, 국민의힘 여러 국회의원들도 참석했는데 이분들도 정파적이고 정쟁 도구로 삼기 위해 참석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구YMCA 청소년회관 백심홀에서 간담회도 이어갔다. 간담회 자리에선 홍 시장이 시사한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자격’ 문제에 반발하는 희생자대책위 관계자의 발언을 비롯해 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가 재난 참사 피해자와 연대 및 권리 보장을 위해 준비 중인 재난피해자권리옹호센터(가) 설립 문제 등이 소개됐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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