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재난 참사 피해자 1차 전국모임이 대구에서 열렸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유족회, 인천화재학생참사 유족회, 공주사대부고 태안사설해병대 유족회,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씨랜드 화재 참사 유족회 그리고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대책위에서 모임에 참여했다. 이들은 17일부터 19까지, 2박 3일간 대구에서 재난 참사 피해자 권리옹호센터(가칭) 활동 계획과 향후 일정을 공유할 예정이다.
17일 오후 3시 대구YMCA청소년회관 백심홀에서 ‘전국 재난 피해자 모임’이 열렸다. 간담회는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 기자회견 직후 열렸으며, 전국에서 모인 20여 명의 재난 참사 유가족이 참석했다. (관련기사=재난참사피해자 가족들, “대구지하철참사를 제대로 추모하는 것에서부터” (23.02.17.))
유가족, 4.16재단 관계자 등 참석자들은 재난피해자권리옹호센터의 역할과 명칭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센터가 설립되면 ‘재난 참사 피해자들에게 원스톱 지원’, ‘사건 발생 초기에 피해자 대책위 구성에 도움을 주는 역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상’, ‘피해자들이 편하게 문을 두드리고 기댈 수 있는 곳’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에 참여해 기소권을 갖는 일’, ‘조직 구성 및 연대 구성(전문가 등)’, ‘재난 피해를 다루는 과정에서 정보 제공 청구’, ‘당사자에게 다가가는 이를 위한 체계적인 매뉴얼 작성’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다수가 동의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Victims의 채경선 사무국장은 “나도 피해자이고 2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4.16재단에서 나서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의 조직을 만든다면 ‘no more’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만 죽자’는 의미이다. 한국말로 ‘모으자’는 의미도 된다”라고 전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장은 “오늘 참석하지 못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측에서 연락이 와,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함께 하겠다’고 했다”며 “참사 수습 과정에서 피해자와 제3의 권리옹호센터 같은 기구가 바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특히 참사 피해자들은 정보 접근성이 없기 때문에 사실에 대한 왜곡으로 불안감, 공포를 느낀다. 구조적, 조직적, 제도적으로 참사 당시부터 피해자를 지원하는 센터가 하루빨리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주사대부고 태안사설해병대유족회 이후식 씨는 “태안 참사 당시 이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하지 못했다. 사회적 일을 하기 위해선 자본이 필요한데, 세월호 참사 이후 4.16재단이 만들어져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4.16재단을 통해 우리 유족들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유족들을 만나러 갔지만, 유족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 팽목항에 가서 유족들이 우릴 받아 들이도록 하는데 무게를 실었다. 조직이 생기면 (그런 마음이) 덜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난피해자권리옹호센터’(가칭)는 사건 발생 초기에 피해자 대책위 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피해자의 언론 대응 가이드, 법률 조력 연계, 정부와 피해 가족 간 연결의 구심점 등 역할을 맡게 된다.
전국재난참사피해가족연대(가칭) 초동모임 참석자들은 정례 모임을 통해 센터 설립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재난안전가족 지원법(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재난 참사의 해결‧예방을 주도할 수 있는 법률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활동과 재난 참사 및 활동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 독립적 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