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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밥파견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한국, AFK) 대표 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아사히글라스 사측이 주장한 ‘검수권’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1심 재판부는 아사히글라스가 통상적 범위를 넘어서는 검수권, 지시권 등을 행사했다며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다. 민사재판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 2심과 임금 지급 소송에서도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바 있어, 해고노동자들은 의외의 결과에 당혹감을 표했다. (관련 기사=법원, 불법파견 아사히글라스 대표 징역형 선고(‘21.08.11))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이영화)는 아사히글라스의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하라노 다케시 아사히글라스 당시 대표이사, 하청업체 대표인 정재윤 전 지티에스(GTS)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사히글라스가 형식적으로 GTS와 도급 계약을 체결했고, 업무의 실질적인 내용 또한 파견법을 위반하는 정도로 업무지시나 지휘 명령 등을 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는 도급업체에 원청업체가 일정 부분 업무지시나 제품 검수 등 방식으로 관여할 수 있으며, 실제 GTS 소속 노동자에게 파견법을 위반하는 정도로 업무지시 등을 하지 않았다는 아사히글라스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재판부는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근로자에 대해 작업 결과에 대한 검수권을 가지고 있다”며 “GTS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은 관리자 선에서 이뤄졌고 AFK는 도급인으로서 지시권이나 검수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GTS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AFK에 편입돼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 파견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에 해고자들은 충격적인 재판이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앞선 민·형사 판결 모두 아사히글라스 근로자 불법파견을 인정했기 떄문이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지회장은 “이번 형사 항소심 재판에서는 판사가 증인 신문 몇 번 한 것이 전부다. 1심 재판에선 현장 검증을 3번 씩이나 해서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했다”며 “그 모든 것을 뒤집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무죄로 뒤집는다는 것은 억울한 해고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회적으로도 제조업 사업장의 불법파견을 엄격하게 보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도 어긋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