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20주기를 맞는 대구지하철참사 추모행사가 뜬금없는 순수성 시비에 휘말렸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하철참사 추모행사를 두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나 시민단체 참여 등을 꼬집으며 ‘정치 투쟁’이라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주요간부회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순수해야 할 추모 행사인데,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 민주노총, 시민단체까지 대구에 모여 활동하는 것은 정치 투쟁과 다름없다”며 “따라서 시장 참석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홍 시장의 발언은 추모행사 참석 여부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며 진화하려고 하지만 다수 언론은 홍 시장이 추모행사 불참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희석 대구시 공보관은 “말씀 그대로 봐달라”며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참석할 수 있고,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사 수습 무능력 했던 조해녕, 김범일 대구시
권영진 시절, 안전문화재단 설립 등 관계 개선
홍준표 시장 첫 참사 추모주간···대구시, 과거 회귀?
홍 시장이 대구지하철참사 추모행사의 ‘순수성’을 시비 삼으며 불참하게 된다면, 이를 계기로 권영진 전 대구시장 이후 참사 상처를 봉합하려던 대구시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게 될 우려도 제기된다. 2003년 참사 발생 당시부터 대구시는 참사 진상규명보다 사태 조기 진화에 과욕을 부리다 피해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2004년 첫 추모행사에 조해녕 당시 시장이 참석하긴 했지만 참사 수습에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 조 전 시장에 대한 유가족들의 항의가 거세게 일었다. 조 전 시장은 2005년 추모행사까지 모습을 보였지만 2006년 행사에는 불참했다.
같은 해 당선된 김범일 시장은 후보시절 추모 행사에 참석한 것 제외하면, 이후 추모 행사에는 담당 부서 국장을 대신 참석시켰다. 대구시는 유가족 단체의 갈등으로 추모행사가 따로 치러지는 것을 불참의 사유로 삼았다.
2014년 시장에 당선된 권영진 시장 때부터 대구지하철참사를 향한 대구시의 입장 변화가 두드러진다. 그해부터 유가족들도 합동 추모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2015년 권 시장은 희생자 추모사업을 전담할 2.18안전문화재단을 설립했다. 2015년 12월에는 참사 당시 현장을 보존한 추모 공간을 중앙로역에 마련했다. 이후 권 전 시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월 18일에 열리는 추모행사에 참석해왔다.
현재까지 홍 시장의 대구지하철참사 추모 계획은 불확실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시장이 17일 또는 18일 중앙로역에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할 계획이 있는 걸로 전해지지만, 김희석 공보관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