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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단골 청각장애인 A 씨는 운전 중 커피를 사려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드라이브스루가 마련된 매장에 도착해, 오더존 앞에 서면 점원이 화상대면장치를 통해 주문받지만, A 씨는 비장애인처럼 주문할 수 없다. 별도로 부기 보드가 마련된 곳도 있어 필담으로 주문해 봤는데, 직원은 필담을 보고도 A 씨에게 필담이 아닌 음성으로 응답했다. A 씨는 카메라 앞에서 몇 번 더 필담을 시도하다가 소통이 되지 않자 주문하지 못하고 픽업존으로 가게 됐다.
이제는 A 씨 같은 청각장애인도 어려움 없이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길이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2021년 인권위에 제기된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진정 사건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재결했다. 앞서 인권위가 부기 보드 마련을 이유로 권리구제가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는 결론이다.
인권위 행정심판위는 부기 보드 비치가 청각장애인의 상품 주문 편의를 일부 개선하긴 했으나, 한계가 있고 더 효과적인 대체 수단도 있다며 국가인권위 ‘기각’ 결정을 취소했다.
행정심판위는 “언어·청각장애인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상품 구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과 소통 시 혼란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빈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 고객의 인격적 자존감이 손상되는 피해 발생 소지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기업이라 영업 방식으로 봐야 할 측면도 있지만 드라이브스루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운영 방식이 장애인 서비스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피청구인(국가인권위)은 청구인(장애인) 의사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나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필담 주문 도입 만으로 권리 구제가 이뤄졌다고 판단한바, 조사가 미진해 위법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8일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는 “어떤 기관보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야 할 국가인권위가 부실한 인식과 조사로 부적절한 결정을 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인권위는 장애인차별시정기구로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인권위는 즉각 재조사를 통해 장애인차별이 시정될 수 있는 실질적인 권고와 조치를 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각종 ‘비대면 시스템’이 장애인의 접근권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