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쪽방 거주민은 어디로 갔나?···”비적정 주거 파악해야”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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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쪽방 거주인이 10년간 24% 줄었다. 주거 빈곤 문제가 나아진걸까. 주거 빈곤층을 지원하고 연구하는 단체는 오히려 주거 빈곤의 음성화·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주거 빈곤 문제를 주택 여부가 아닌 ‘비적정 주거 환경’ 여부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일 오후 3시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EU법센터와 대구경북인권연구소 준비위원회는 경북대학교에서 ‘한국 사회 비주택 거주지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3일 ‘한국 사회 비주택 거주지의 현황과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 쪽방 거주민은 2012년 850명 수준에서 2022년 650명 대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대구의 쪽방밀집지역이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쪽방 거주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거나, 파악이 어려운 숙박업소 등으로 옮겨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주거 빈곤 현실에 맞는 실태를 파악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했다. 비닐하우스, 판잣집과 같은 ‘비주택’만을 주거 빈곤 정책 대상으로 파악하지 말고, 반지하, 옥탑방과 같이 주택이면서도 거주에는 적정하지 않은 ‘비적정 주거’ 현황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용산역에 20년 된 홈리스 텐트촌이 있는데 강제퇴거 문제가 생겨 구청에 주거취약계층 지원해야 한다고 했더니 구청에서는 주거취약계층 규정에 비닐하우스는 있어도 텐트는 없지 않냐고 하더라”며 “주택이냐 비주택이냐를 나누고 문제가 제기되면 고시원, PC방과 같은 주거 유형을 추가하는 방식은 사각지대가 있다. 정책적으로 비적정 주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주거는 부동산으로 이해되지, 권리로는 잘 인식되지 않는다. 주거권 관련 사회적 요구도 철거민 주거권 보장 요구를 넘어섰던 기억이 없다”며 “UN해비타트는 주거권을 도시에 관한 권리 담론으로 이해한다. 도시를 공공재로 보고 도시 공간에서 생기는 양극화나 차별에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비적정 주거 현실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 외에도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이 ‘대구 비주택 거주자 복지 수요 실태조사’에 대해, 최병우 전 대구시 주거복지센터장이 ‘비주택 거주자의 주거권 보장 현황’에 대해,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이 ‘청년의 주거 현실’에 대해 발표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준비한 대구경북인권연구소 준비위원회는 지역 연구자와 사회활동가가 지역 인권 의제를 공동 연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역 인권 의제와 정책을 생산하기 위한 단체로, 연중 공식 출범을 준비 중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