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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TK신공항을 향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반발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부울경 국회의원과 시·도당이 열었지만, TK신공항이 가덕도신공항에 비해 ‘특혜’를 받는다는 인식이 부울경에 퍼지면,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재연될 공산도 크다. <부산일보> 등 지역 언론도 독소조항이 많은 TK신공항특별법이 힘의 논리로 추진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최인호(부산 사하구갑), 박재호(부산 남구을), 이상헌(울산 북구), 김두관(경남 양산을), 김정호(경남 김해을), 민홍철(경남 김해갑) 등 민주당 소속 부울경 국회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우리나라 공항 정책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며 “TK통합신공항 특별법안 내용이 그렇다”고 비판했다.
TK신공항특별법 1차 관문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장이기도 한 최 의원은 앞장서서 TK신공항특별법에 담긴 ‘특혜’ 조항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 의원은 “활주로 길이가 공항 규모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3.8km 활주로 길이를 법조문에 명시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이라는 재정 조달 원칙을 어기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 주말(1월 27일)에는 추경호 부총리와 국방부 장관까지 참석해 국비 지원과 예비타당성 면제 약속까지 하고 가는 한마디로 TK 신공항 밀어주기, 가덕도신공항 홀대하기가 노골적”이라며 “이 모든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나는 대한민국 항공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문제 많은 TK신공항특별법은 반드시 저희들이 힘을 합쳐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주당은 20대 대선 이전부터 국민의힘 정권이 들어서면 TK신공항과 가덕 신공항의 위상, 개항 시기가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 제기했다. 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TK신공항특별법은 3건 있는데, 각 법마다 법체계를 무시하거나 특혜를 담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비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특별법 내용이 그대로 반영되면 TK신공항의 총 사업비가 14조 2,000억 원의 국비가 추가 투입된다. 더 큰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보이는 기재부, 국토부의 이중적 행태”라며 “경제부총리가 지역 현안 간담회에 직접 참석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문재인 정부 예타 면제가 방만하다고 비판한 장본인이 본인 지역 일과 연관되니 내로남불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덕 신공항에 필요한 건 정부와 부산시가 지루한 공법 경쟁을 마무리하고 로드맵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가덕 신공항이 홀대 받고 있는데,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어디 있나. 대통령과 당 지도부 눈치만 보며 수수방관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힐난했다.
TK신공항특별법 추진으로 예고된 부울경과 갈등
지난해 8월 특별법 발의에 부산 국회의원 동참 ‘0’
<부산일보> 자체 조사···18명 중 11명 ‘문제 있다’
사실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장에 나서며 TK신공항특별법을 만들어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는 부울경 지역과 갈등은 예고됐다.
지난해 8월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이 대표로 홍 시장이 강조한 특별법을 발의할 당시에도 국민의힘 국회의원 115명 중 74명(64.3%)가 참여했지만,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1명도 동참하지 않았다. 경남도 13명 중 5명만 발의에 동참했다. (관련기사=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 발의···83명 서명했지만 부산 의원 0명(‘22.8.2)) 특별법에 대한 부울경의 ‘내심’이 드러난 셈이다.
부울경 지역 유력지 <부산일보>는 지난달 24일(인터넷판) 자체적으로 부산 국회의원들의 TK신공항특별법 찬반 의견을 확인해 보도하기도 했는데, 전체 18명 중 17명이 응답했고 11명이 문제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에서도 이헌승(부산진구을), 김희곤(동래구), 이주환(연제구), 전봉민(수영구) 의원은 반대 뜻을 밝혔고, 김도읍(북구·강서구을), 정동만(기장군) 의원은 최인호 의원과 함께 ‘회부 저지’로 분류됐다. 김도읍 의원은 특별법 통과를 위한 또 다른 관문인 법제사법심사위원장이다. 다른 의원 중에서도 찬성 뜻을 밝힌 이는 없고, 대부분 중립으로 분류됐다. 장제원 의원(사상구)만 답변을 거부했다.
<부산일보>는 꾸준히 TK신공항특별법 비판 보도를 해왔다. 지난해 11월 ‘‘중추공항’ 적시한 TK신공항 특별법안, ‘가덕신공항 이상’ 의도 노골화’라는 보도를 통해 “TK신공항법에 과도한 특혜가 부여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고, 12월에는‘“예, 형님” 한마디에···TK신공항, 국비 받아 먼저 지을 판’ 보도를 통해선 TK신공항이 덩치를 키우고 있다며 가덕도신공항과 경쟁 관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일보>는 TK신공항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최인호 의원을 향해선 소신 의정이라며 치켜세우는(TK신공항법 질타, 소신 의정 돋보이는 최인호, ‘23.1.25) 반면 국민의힘을 향해선 유력한 당권 주자의 ‘김영삼 공항’ 주장조차도 싸늘하게 바라봤다(부산 온 김기현 ‘김영삼 공항’ 주장에 지역 여론은 ‘싸늘’, (‘23.1.29).
한편, 최 의원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TK신공항 반대에 나서자 늦어도 2월에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할 것이라던 홍준표 시장도 최 의원을 공개 저격했다. 홍 시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K공항법을 막겠다고 스스로 공언한 국회 국토위 법안 소위 위원장인 부산 출신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스스로 고백하듯이 이 법의 이해관계인”이라며 “가덕도 공항과 대구 신공항이 경쟁관계이므로 이를 막겠다는 그 발상 자체가 괴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법상 제척 조항도 있는데 이해관계인이 나서서 TK신공항 법을 나홀로 막겠다고 공언하는 어치구니 없는 일이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세상 참 비정상적으로 이상하게 돌아간다. 부산신공항과 대구신공항은 수도권 1극체제를 막는 지방 연대이지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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