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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립니다. 뉴스민을 지켜주세요. 새해를 맞아 많은 분이 활기찬 한 해를 준비하고 있을 때 창간 10주년을 막 넘어선 뉴스민은 존폐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2012년 일편향적인 대구·경북에서 배제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매체가 되겠다는 목표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매체를 표방하며 창간했습니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저는 그 하나의 가치에 기대 뉴스민 창간에 함께 했습니다.
지난 10년의 세월은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깨닫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같은 해 뉴스타파가 창간하면서 독립언론에 대한 시민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뉴스민은 뉴스타파에 비하면 규모도, 실력도 한참 떨어지면서 의욕만 앞서는 매체였습니다.
그 탓에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인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뉴스민은 뉴스타파처럼 자발적인 후원회원을 모집해 자립하려 했지만, 이제 막 대학을 나온 사회초년생들이 하는 매체에 선뜻 후원하겠다고 나서는 분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치기 어렸던 20대 초반의 저는 정말 막연하게, 대구 인구 250만 명 중 1,000명만 뉴스민의 가치에 동의하고 후원해준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라죠. 저희는 10년 전부터 그 마음으로, 꺾이지 않고 버티며 실력을 키우면, 대구 인구 0.1%도 되지 않는 1,000명 모집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난 10년은 실력을 키우는 시간이었고, 동시에 채워지지 않는 후원을 메꾸는 시간이었습니다. 노력은 6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났습니다. 2018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뉴스민에게 올해의 좋은 보도상을 수여했습니다. 2021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보도상을 받았고, 같은 해 성유보특별상도 수상했습니다.
그래도 후원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감사하게도 10년을 함께 해준 후원회원도 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뉴스민의 후원회원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기자들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감수했습니다. 스스로 1개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독립’이라는 가치는 지키려 했습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았습니다. 기사형 광고를 실어주면 1건당 얼마를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지만, 그 제안을 기사화했습니다. 무분별한 배너 광고도 거절했습니다.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 기사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저러하게 기사를 써주면 광고를 주겠다.’, ‘기사를 쓰지 않으면 광고를 주겠다.’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버티며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뉴스민의 기회는 대구·경북의 위기와 함께 왔습니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뉴스민은 성주에 상주하며 현장을 기록했고, 많은 분들이 뉴스민의 가치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정체 상태였던 후원회원도 증가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꺾이지 않았더니 되는구나’를 알게 됐지만, 충분하지는 않았습니다.
2017년, 2018년, 2019년. 다시 버티는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2020년초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온 사회가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뉴스민에는 또 다른 기회가 왔습니다. 비대면에 필수조건인 영상 수요가 늘었고, 이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각종 행사 생중계, 영상컨텐츠 제작을 하면서 채워지지 않은 후원을 대신했습니다. 그 덕에 최저임금 수준은 맞춰 지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젠 한계입니다. 비대면 사회가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근근이 유지되던 사업은 축소됐고, 후원회원은 오히려 감소세입니다. 당장 올해 운영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된 겁니다. 가치를 포기하고, ‘자본, 권력과 함께하는 언론’이 될 것인가. 독립의 가치를 유지한 채 뉴스민의 간판을 내릴 것인가. 얼마 전 뉴스민의 모든 구성원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결론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간판을 내리자. 가치는 포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였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뉴스민의 가치와 간판을 함께 지켜주십시오.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
solee412@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