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위기 포항MBC, 기상캐스터 계약 해지···해고 논란

포항MBC, "모든 구성원이 고통 감당해야 하는 상황"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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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MBC>가 경영 위기를 이유로 기상·교통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일부 종료하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프리랜서 기상·교통캐스터 계약을 해지하거나 업무를 축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시민사회는 <포항MBC>가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지역민에게 중요한 기상 정보 전달 기능을 축소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13일 오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는 <포항MBC> 앞에서 ‘포항MBC 비정규직 방송노동자 해고 철회와 고용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과 <포항MBC>에 따르면 <포항MBC>는 1월부터 기상 캐스터 1명과 계약을 해지하고 교통 캐스터 2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일부 축소했다. 이들은 최소 2년에서 10년 동안 관련 업무를 해왔다.

▲<포항MBC> 앞 기자회견. (사진=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시민단체는 기상 캐스터 계약 해지가 해고라고 지적한다. 기상, 교통정보는 지역방송의 중요 기능이기 때문에, 이를 정기적으로 담당한 기상·교통 캐스터는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들어 타 방송사에서 근무하던 기상 캐스터, 아나운서 등의 계약 형태가 외주 제작 등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방송사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는 취지의 판결이 잇달아 나오기도 했다.

<포항MBC>가 담당하던 기상·교통 정보는 지역민의 생활에 중요한 정보라며, 자체 제작을 하지 않으면 공적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57분 교통정보’는 시민의 발, ‘오늘의 날씨’는 지역민의 일상을 함께한 프로그램”이라며 “(외주 제작 등으로 축소한다면) 시민 안전과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지역 방송의 책임을 져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기상 캐스터와 교통캐스터는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포항MBC와 함께 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외부의 공격이 지금의 상황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충일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최근 포항MBC가 여러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광고 손실이 나고, 경영이 어려워진 점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건 제 살을 깎는 행위”라며 “동해안권은 지진과 해일 문제도 있어 중요한 프로그램인데, 비용 절감을 위해 폐지해서는 안 된다. 대구나 서울에서 받아 오면 의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포항MBC>는 프로그램 축소와 계약 해지 등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경영상 위기가 심각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기상과 교통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방식이라 하더라도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신영민 편성제작부장 겸 보도제작국장은 “(포항MBC의) 적자 상황이 심각해 피치 못하게 긴축경영안을 2023년부터 시행하게 됐다. 비용 문제 때문에 일부 프로그램이 자체 제작이 아닌 외주 제작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대구MBC에서 날씨 정보를 맞춤형으로 요청해 제작한다”며 “날씨, 교통 정보는 지금도 매일 나가고 있고, 재난 등 특이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취재와 재난방송 매뉴얼을 따라 보도하게 된다.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 문제는)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역의 지적도 고맙다. 하지만 광역시 규모가 아닌 곳에서 (기상, 교통)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 하는 곳은 많지 않다. 지금껏 규모에 맞지 않게 노력을 했지만 버티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특정 구성원만 긴축하는 상황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