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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끝나간다. 한 해의 마지막 주가 되어 되돌아보는 기분에는 철 지난 캐롤송 같은 쓸쓸함이 섞여 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한 해 썼던 기사를 되짚으면, 역시 만만찮다. 해고, 산재사망, 차별, 혐오, 재난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뉴스민>이 2022년 한 해 생산한 기사를 추려 독자 투표에 부친 결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기사와 칼럼도 중대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고 소식, 지방소멸,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과 관련 문제였다.
어느 것 하나 가볍거나 쉬운 문제가 아니어서일까. 책임자들은 침묵한다. 중대재해와 관련한 문제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 지 1년 가까이 됐는데도 아직 실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고,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규제 완화’ 목소리만 무성히 들린다. 지방소멸은 총체적인 문제로 이해하고 이에 비례하는 문제의식이나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는다. 이슬람 사원 갈등 문제는 대안 마련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은 외면하며 나서지 않는 문제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나는 2022년 한 해를 정치의 품격이 떨어진 해로 기억한다. 나아지지 못할망정 격이 떨어져 버렸다는 느낌에 입맛이 쓰다.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화물노동자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자유를 빼앗는다”, “불법 행위에 대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라”고 한 윤석열 대통령.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반대해 시위한 노동자 47명을 시청사에 침입해 공공기물을 파손했다며 고발하면서, “자기들 문제”라고 그들의 목소리에는 관심 없는 홍준표 대구시장.
지난 5월 칼럼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통합이 아니라 갈등이다. 갈등 상황에서 정치인은 입장을 분명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썼다. 지방선거를 앞둔 그때는 애매모호한 정치인들의 말이 주권자를 기만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생각해보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 채 한 소리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정치인이 노골적으로 어떤 집단에 증오의 메시지를 내는 것, 그들의 말에는 관심 없고 그들의 태도만 이야기하는 상황을 겪고 보니, 기만적인 말이라도 어떤 집단을 배척하지는 않는 태도가 차라리 나은 것임을 알겠다.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정치인의 말은 그들을 혐오하는 이들까지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
2023년에는 우리 사회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거나 안전망 바깥에서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의 편에서 함께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기를 기대한다. 사람을 돌보는 데에는 관심 없는 정치를 향해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정치는 알아서 나아지는 법이 없기에. 우리는 서로를 돌보면서 다음 한 해도 살아가야 한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