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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앞두고 대구도 농민수당 제도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군위군은 편입이 완료되면 대구시 지원이 없어도 자체 예산으로라도 기존에 지급하던 농민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정 부담 뿐 아니라 대구의 다른 구·군 농민들과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대구시는 농민수당 도입을 검토 중이라곤 하지만, 예산 마련, 구·군과 협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관련 기사=[농민수당, 기점] ④ 농업소득 비중 큰 경북, 군위군 편입 대구···농민수당 전환기?(22.05.13.))
군위군에 따르면 올해 군위군은 농민수당으로 농가당 연간 6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4월, 9월에 각 30만 원씩 나눠서 지급됐고 4월 5,938가구에, 9월에는 사망자나 사라진 농업경영체를 제외하고 5,848가구에 지급됐다. 농민수로는 약 6,000명으로 예산은 경북도 40%, 군위군 60%로 분담했다.
군위군은 내년에도 2월에 접수를 받아 4월에는 상반기분을 지급할 예정이다. 상반기분은 도비를 확보한 상태고, 하반기분 역시 경북도 예산은 확보한 상태다. 군위군 농정과 관계자는 “대구 편입이 완료되는 하반기부터가 문제”라며 “대구시와 협의가 되면 시비를 지원받아 지급하겠지만, 안 될 경우 경과 규정을 통해 도비를 지원받는 방식 등 다양하게 열어놓고 논의 중이다. 이도저도 안 될 경우 군위군 자체 예산을 세워서라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에선 농민수당 도입 문제를 두고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갈 길이 먼 상태다. 제도 도입 필요성은 올해 초부터 언급됐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대구 농민수당 도입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에 따르면 대구는 전국 특광역시 중 농가, 농업경영체가 가장 많다. 군위 편입으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대경연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구지역 농가 수는 2만 4,809호, 농업경영체 수는 3만 5,987개다. 군위가 대구에 편입되면 농가 수는 2만 8,580호, 농업경영체 수는 4만 2,739개까지 증가한다. 경지면적도 1만 4,404㏊(대구 7,458㏊·군위 6,946㏊)로 현재보다 약 2배 증가한다.
보고서는 농민수당 도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예산 문제라고 짚으면서 전 농가에 농민수당 6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선 농정예산을 256억 원 가량 더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대구시 자체 농정예산은 150억 원에 그친다.
대구시 농산유통과 관계자는 “군위만 줄 수도, 또 주던 걸 안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전체 예산 규모 대비 농민수당 지급액이 부담스러운 금액인 건 사실”이라며 “구청에서 같이 부담을 해줘야 하는데, 구청마다 농민과 농지수가 다르다 보니 도입이 쉽지 않다. 비슷한 광역 단위에서는 다들 이런 이유로 실행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단 대구시의회에선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김원규 대구시의원(국민의힘, 달성군2)은 “내년 초에 조례를 제정하고 하반기 또는 2024년 시행을 준비 중”이라며 “기초단체와 예산 분담율을 협의해야 한다. 달서구, 달성군을 제외한 나머지 구에서 ‘어느 범위까지를 농업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회는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지난달 9일 대구시 경제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조경구 대구시의원(국민의힘, 수성구2)은 특광역시 중 가장 많은 농업경영체를 보유한 대구시가 가장 적은 농가당 농정예산을 운영하는 점을 지적하며, 군위군 편입에 대비해 단계적인 농정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농민수당 도입 준비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에도 김원규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대구시는 지난해 농민수당 도입에 대해 예산 부족과 지급 대상 기준 선정 등을 문제로 삼았지만, 실제 농업 예산이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감소한 것을 보니, 제도 실행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군위의 대구 편입에 앞서 선제적으로 농민수당 제도의 정비를 마치지 못하면, 군위의 약 7,000개 농업경영체는 경북에서 받던 지원을 놓치는 격이 돼 더욱 큰 반발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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