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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지 입구에서 사원 건축 반대 주민, 반대 대책위 관계자 등이 바비큐를 굽는 행사를 벌였다. 이날 무슬림 유학생은 현장에 접근하지 않았으나, 경북대 학생 수 명이 주민 측에 대화와 존중을 요청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과정에서 주민과 충돌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무슬림 유학생에 대한 혐오를 거둬야 하며, 홍준표 대구시장과 배광식 북구청장의 적극적인 역할도 호소했다.
15일 오전 11시부터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경북대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슬림 유학생이 주민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지속되던 오전 11시 40분께 소동이 벌어졌다. 경북대 재학생과 졸업생 2명이 기자회견장 뒤 서문 부근에 무슬림을 향한 혐오·차별 중단을 호소하는 대자보를 붙이려 하면서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대자보를 제거하고 학생들에게 항의했고, 학생들은 서문 안쪽으로 들어와 취재진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이날 대자보를 붙인 경북대 학생 A(20) 씨는 “주민들께서 총장 지시 받았냐, 총학생회냐 그러는데 총학생회 아니고 일반 사범대 학생이다. 학생이자 예비교원으로서 대한민국 시민, 세계 시민으로서 도덕적 책무와 의무감을 느꼈다”며 “종교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경북대 커뮤니티와 대현동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자보를 붙였다. 대한민국 교육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평등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비치는 이슬람이 두려움을 낳는 대상이긴 하지만 모든 이슬람이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이슬람 인구가 10억이 넘어간다는 점을 보면 일부의 사례인 것이다. 일부 사례를 부풀려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 감정과 차별, 편견을 조장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주민들의 불편이 종교 행위로 인해 생길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공동체와 사회가 유한한 자원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권리가 침해되고 충돌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세운 헌법과 그에 의거한 법률에 따라 경하고 중한 것을 따져야 한다. 협의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A 씨는 “제가 배운 그리스도교 정신은 이웃이 어떤 사람이라 해도 포용하고 박애하는 것”이라며 “대구시장 홍준표 시장님, 북구청장님, 구의원, 시의원에게 책임이 있다. 대승적으로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대통령이든, 시장이든 그런 사람들이 주민과 유학생의 갈등을 봉합하고 건설적 대안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 측 주민은 학생들을 따라와 “따라와 봐. 총장한테 책임을 물을 거야”, “마스크 벗어”, “사고 한 번 나 봐야 너희들이 정신 차릴 것”이라며 비난했다.
한편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무슬림 유학생이 주민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16일 주차 공간에 건축자재를 적치하고 천막을 쳐 뒀다며 한 주민이 천막을 치우고 주차하려 하자 무슬림 유학생이 팔을 잡았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건축 자재를 주차 공간에 적치하려고 천막을 쳐 놓았는데, 주민이 (그곳에) 주차하려고 천막을 치우자 갑자기 무슬림 유학생들이 따라와 팔을 잡았다가 촬영하려 하자 팔을 놓았다”며 “증인이 있고, 영상이나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거짓말로 사건을 덮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그보다 앞서 주민이 천막을 설치하려는 유학생의 손과 몸을 잡고 흔들고 욕설도 했다. 이는 영상에 찍혀 있는데 화해의 의미로 고소를 취하했다”며 “그런데 주민들은 다른 학생이 폭력을 행사했다며 고소했다. 해당 유학생은 천막 안에 자전거가 있어서 들어가려 했을 뿐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식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민, 대책위 관계자는 기자회견 후 정오 무렵부터 이슬람 사원 건축지 앞에서 돼지 바비큐 약 40인분을 구워 나눠 먹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