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홍준표 시장의 ‘공사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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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은 공사 구분이 명확하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홍준표 시장의 ‘선행’이 화제가 됐다.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아껴 대구시 공무직 684명에게 겨울 파카를 선물해서다. 전체 구입비용은 5,400여만 원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 시장은 업추비 2.500만 원을 구내식당 특식비로도 내놨다고 한다. 이 돈으로 대구시는 장어덮밥이며 랍스터를 제공했다. 지난 10월에는 업추비 3,000여만 원으로 화재 피해를 입은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을 사 직원들에게 나눴단다.

한 언론에 따르면 대구시 관계자는 이같은 홍 시장의 ‘선행’을 전하면서 “시장님은 지역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자리에서도 자신의 밥값을 개인 카드로 결제할 정도로 공사구분이 명확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구나, 시장님은 공사 구분이 명확한 분이구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번 일은 ‘공사’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의문은 들지만, 분명한 건 이를 알리며 “공사 구분이 명확하다”고 말한 대구시 관계자도 공직자일텐데, 그는 공사 구분을 못하는 것 같다.

▲8일 홍준표 시장이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시장의 업무추진비는 공적 예산이다. 시장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어서 논란도 많다. 룰을 지켜 사용하면 되는데, 그 룰이란게 너무 구멍이 커서 낙타도 지나갈 정도였다. 논란이 될 때마다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보완이 이뤄져 지금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구멍은 ‘홍도’가 지나갈 정도는 된다. 어쨌든 정해진 룰만 지킨다면 홍 시장이 그 돈으로 파카를 사든, 특식비로 내놓든, 과일을 사든 하등 문제는 없다.

다만, 관계자의 평가처럼 홍 시장이 공사 구분이 명확하다면, 파카도, 특식도, 과일도 공적 예산으로 마련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공적인 처사일 거다. 쓰지 않을 업무추진비는 대폭 삭감해 강조하는 채무 감축에 사용하고, 대신 일률적으로 줄여버린 예산 중 공무직 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예산을 늘리고, 구내식당 운영비를 늘리고,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피해를 도울 예산을 마련하는 게, 더 공사 구분하는 처사란 의미다.

‘사적’으로 직원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고, 특식비를 내고 싶고, 피해 상인들을 돕고자 한다면 연간 1억 3,500여만 원에 달하는 자신의 급여를 아껴 하면 될 일이다. 홍 시장의 연봉은 작년 연말정산 신고 근로자 평균 급여(4,024만 원)의 3배다. 적은 돈이 아니란 의미다. 어차피 시장에게 주어진 업추비로 하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한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내년도 대구시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다. 올해 1억 5,840만 원이 편성됐던 시장의 업추비는 1억 3,860만 원이 편성됐다. 채무 감축을 위한 일괄적 업추비 삭감 조치에 따른 것이다. 홍 시장은 내년에도 이 돈을 파카며, 특식이며, 과일을 사는데 사용할지 모른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렇다고 해서 “시장님은 공사 구분이 명확하다”며 공사 구분 못한 채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공직자를 보지 않는 것 정도에 둬야 할 것 같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