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화물운송 기사들, 자체 고통분담 방안 마련

푸르밀, 운송차량 70% 감축 계획
기사들, "수당 반납해 나누겠다"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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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철회했지만 정상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특히 사업 종료와 철회 과정에서도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한 화물운송 기사들은 사측의 물동량 감축 계획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고통 분담 방안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7일 일방적으로 사업종료를 공포했던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은 11월 10일 ‘직원 30% 감원’을 전제조건으로 사업종료를 철회했다. 하지만 유통망 등 거래처 복구부터 직원·대리점 및 소비자 신뢰 회복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정상적인 경영이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관련 기사 푸르밀 사업종료 철회했지만…화물기사 대책 마련은 아직(‘22.11.15.))

화물연대 푸르밀지회에 따르면 사측은 대구와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화물운송차 140대 중 70% 가량을 감축할 계획을 내놨다. 화물운송 기사 150여 명은 그간 무노동·무임금의 부담도 사측 지원이나 보상 없이 견뎠지만, 장기적으론 일자리도 잃게 될 어려움에 몰리고 있다.

대구공장에서 근무하는 홍승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푸르밀 지회장은 “회사가 구체적인 물동량을 기준으로 대구공장과 전주공장을 합해 140대 가까이 되는 차량 중 55대만 운행한다고 전해왔다”며 “현재 대구공장 기준으로 차량이 47대인데, 회사에서 매일 17대를 운행하기로 했다. 벌써 감차가 시작됐다. 거의 70%가 감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회장은 “회사는 남은 계약기간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기사들은 여러 문제로 이직도 쉽지 않다. 감차되는 70%는 알아서 이직을 하거나 무급 휴직을 하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11월 16일 야간, 화물운송차가 운송을 위해 푸르밀 대구공장을 출발하는 모습.

대규모 감축 계획에 따라 노조는 자체적으로 고통 분담 계획을 사측에 전달한 상태다. 지난 25일 이뤄진 면담에서 노조는 “내년에 받을 수당 일부를 반납할 테니 소득이 적은 조합원에게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빈 우유 상자 회수 비용과 유류비 일부 지원에 대한 수당을 반납할테니, 나눠서 소득이 적은 기사들에게 지급해달라”고 밝혔다.

홍 지회장은 “조합원이 함께 논의해 회사에 전달했다”며 “(반납분을) 다 더하면 3억 원이 조금 넘는다. 수입이 줄어든 기사들에게 인당 약 1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고, 일정 이상 매출이 발생하는 기사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지급 대상은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에 물량을 납품하는 기사들이다. 대구와 전주 공장을 합쳐 약 30명 정도 되는 이들은 20% 선을 유지하던 물동량 마저 줄어 현재는 일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푸르밀은 마트,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제품 생산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등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푸르밀 관계자는 “아직 전체적인 사업 방향이나 품목이 정리가 안 된 상황이다. 원래 정상적으로 운영됐더라도 겨울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결정에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며 “고통 분담에 대한 취지는 잘 이해했고 운송사를 포함해서 내부에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